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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정도 끓이면 된다 ?"..환경부의 이상한 녹조대책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7초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수온은 높고 비 올 가능성은 적다 보니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전국 강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부터 북한강 상류 의암, 청평댐 일대에서 이상 증식하기 시작한 녹조는 수도권 취수원인 팔당을 지나 한강까지 확산됐다. 낙동강 지역 역시 심각한 녹조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낙동강 중류지역에서 발생한 녹조가 경북 구미와 칠곡군 인근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그간 낙동강에서는 하류 지역에서 주로 녹조현상이 나타났으나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금강 역시 녹조 발생 기준치를 넘어섰고 영산강도 주시 대상이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7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녹조 현상을 보고한 데 이어 오후에는 수자원공사를 비롯해 서울시 등 각 지자체와 함께 비상 대책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회의에서 나온 결과는 신통치 않다. 팔당상수원 취수 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도입하겠다는 것이 유일한 주요 내용이다. 2015년까지 서울시 내 모든 정수장을 비롯해 5개 광역정수장을 활성탄과 오존 처리가 가능한 고도정수처리 시설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 내에는 6곳의 정수장이 있다. 이 중 영등포 정수장만 지난해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했다. 예산만 1조 6000억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은 당면한 녹조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물에서 냄새가 날 경우)3분 정도 끓이면 된다"는 환경부의 '지침'도 비난을 샀다. 서울시 식수에서 제일 먼저 우려되는 것은 냄새다.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藍藻類)의 일종인 아나베나가 번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오스민(geosmin)'이 흙냄새나 곰팡이 냄새같은 악취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각 취수장의 지오스민 농도는 지난달 대비 15배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폭염이 계속된 데다가 당분간 비 소식이 없어 녹조가 더 확산될 수 있으나 환경부는 별다른 후속 대책도 마련해놓지 못하고 있다. 독성 남조류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발견된 낙동강 지역에서도 상류 지역까지 녹조가 확산될 경우를 감안한 대책이 논의되지 않은 상황이다. 낙동강 수계에서는 18개 정수장 중 14개가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도입했으나 상류는 제외돼있다. 낙동강 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기온이 올라 녹조가 더 많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상류는 남조류 발생이 적어서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반면 환경연합의 황인철 4대강현장팀장은 "이번에 녹조가 발생된 지점부터 과거에 대규모 녹조현상이 없던 지역"이라며 "1주일 사이 구미 지역까지 올라왔는데 상류 지역 확산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일단 녹조가 발생하면 제거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 화학물질은 수질오염과 생태계 교란 우려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다. 황토를 부어 광합성을 하지 못하도록 녹조를 가라앉히는 방법이 그나마 꼽히고 있으나 지금처럼 대량으로 녹조가 발생했을 땐 '언 발에 오줌누기'다. 환경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댐을 개방해 녹조를 '밀어내는' 것도 고려중이다. 수량이 많아지고 유속이 빨라지면 녹조 현상이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한강 상류 수계의 충주댐과 낙동강 안동댐 방류가 대안으로 가늠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아직 하천 유량 관리를 담당하는 국토부와 협의도 시작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장 유효한 대책이 없다"며 "팔당뿐만 아니라 각지 수계에서 발생한 조류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난색을 드러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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