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임철영 기자]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업계 노조가 8월부터 총력 투쟁을 선언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산업계의 우려가 크다. 이미 7월 중순부터 진행된 부분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각사 생산 차질액만 수백, 수천억원대인데다, 노조가 전면 투쟁에 돌입할 경우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안팎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조이슈까지 대두되자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소속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금호타이어, 만도 등 부품사 업체들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매듭짓지 못한 채 여름휴가를 맞게 됐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6일 오후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대표이사 부사장, 문용문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2차 교섭을 가졌으나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현대차 노조는 휴가 직후인 내달 7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향후 투쟁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8월부터 총력투쟁을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특근거부는 물론, 전면파업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이달 두 차례에 걸친 부분파업으로 1만4080대의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해 2694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기아차 노사도 이날 화성공장에서 휴가 전 마지막 교섭을 가졌으나 입장차만 확인했다. 또 다른 완성차 업체인 한국GM노조는 여름휴가 이후인 내달부터 교섭 재개와 함께 총력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내달 초 휴가 복귀 후 사측이 진전된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휴일근무, 잔업, 조기출근 등을 중단하고 전면파업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노조는 이달 10일 경고파업을 시작으로 15일부터 3교대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으며 이로 인한 누적 피해액만 400억원 이상으로 파악된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최근 실적개선 등으로 내년 워크아웃 졸업을 기대하고 있던 상황에서 파업불똥을 맞게 돼 더욱 우려하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도 금호타이어는 노조파업이 직장폐쇄 조치로까지 이어지는 노사갈등을 겪은 바 있다.
국내 최대 자동차부품 회사인 한라그룹 계열 만도는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26일 오후 진행한 마지막 노사 교섭이 결렬되며 파업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다. 노조는 이미 지난달 14일부터 잔업 및 특근 거부 투쟁을 벌여왔으며, 이에 따른 생산차질액은 지난 23일을 기준으로 1000억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만도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전체 자동차업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 앞서 큰 파장을 안겼던 제 2의 유성기업 사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만도는 현대기아차, 쌍용차, 한국GM 등에 브레이크·조향·현가장치 등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쌍용차에 들어가는 브레이크(99%)와 조향·현가장치(100%) 대부분을 만도가 제공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까지 생산과정에 문제는 없지만 휴가기간 이후에도 파업이 지속된다면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들 자동차사 노조의 파업이 글로벌 경쟁력 약화는 물론 기업 이미지 훼손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유럽발 재정위기의 확산과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자동차 내수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각사 노조의 파업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세계시장에서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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