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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피임약, "법 바뀌기 전에 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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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약국에선 '사재기' 현상도…

사전피임약, "법 바뀌기 전에 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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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법 바뀌면 피임약 가격도 오를 수 있으니 몇 통 더 사둬라"


20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약국. "피임약을 좀.."이라고 말을 꺼내자 약사로부터 이 같은 대답을 들었다. 약사는 "피임약을 자주 사가는 손님들이 평소보다 2~3통씩 더 사간다"고 귀띔했다.

인근의 다른 약국 2곳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약사 B씨는 "(피임약을 찾는) 손님 수가 더 늘어난 건 아니다. 하지만 법 바뀌기 전에 미리 사둬야 하냐고 묻는 여성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 C씨는 "어차피 먹는 사람들인데 처방전 필요하기 전에 많이 사두는 심리가 이해 안되는 건 아니다"고 전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이 지난달 7일 사전피임약을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는 '전문 의약품'으로 바꾸는 계획안을 발표하자 여성들이 피임약을 미리 사두려는 경향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피임문제를 누군가와 상담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는 문화적 어려움과 피임약 구매과정에 대한 불편함 증가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인 우모(25)씨는 "편의점 가서 생리대 하나 사는 것도 부끄러울 때가 있는데 피임약이 필요할 때마다 병원을 찾아 처방전을 받는 게 보통일이냐?"라며 "(그냥) 5통 정도 미리 사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부 하모씨(40)는 "수영장 다닐 때 생리주기를 늦추려고 종종 사전피임약을 먹었다"며 "피임약 복용은 일상적인 일이나 마찬가지인데 많이 불편해지게 됐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하씨는 "심리적으로 병원가길 꺼려하는 여성들이 복용 시기를 늦추다 임신하고 또 낙태라도 해야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에 대한 심리적·육체적 고통은 어떻게 보상하나"라고 반문했다.


또 식약청이 제시한 '안정성 문제'에 대한 불만도 들렸다. 미혼의 직장인 김모(28)씨는 "그렇게 위험했으면 여태까지 왜 일반약으로 팔아왔나?"라며 "미혼 여성들이 버젓이 병원에 다니며 피임약을 처방받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근거로 여성단체들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여성단체연합은 지난달 8일 성명서를 내고 "피임약 재분류 결정은 여성 결정권과 의료접근권을 중심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경구피임약의 이용률이 2%대에 불과한 한국에서 (피임약) 장기복용의 부작용과 오남용을 우려해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한다는 건 사실상 어불성설"이라고 피력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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