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후 연일 논란이 됐던 정비사업지의 해법이 결국 ‘소형’으로 판가름났다. 1~2인가구 증가 추세를 감안해 서민들의 주거지를 확보하겠다는 박 시장의 주택철학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게 증명된 셈이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해 개포주공아파트 2단지와 3단지의 재건축정비구역 신청안을 통과시켰다. ‘소형평형’ 확대를 놓고 주민과 힘겨루기를 한지 6개월여만이다. 갈등의 실마리도 ‘소형’에서 비롯됐다. 서울시와 해당 추진위가 소형평형을 늘리는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이로써 현재 서울시와 이견을 보이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이번 주공2·3단지 통과안을 잣대로 여길 전망이다.
서울시의 이같은 결정은 2·3인용 소형아파트의 수요를 충족하려면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확보해야한다는 박 시장의 철학에서 시작됐다. 현재 심의 중인 개포 5개단지 역시 총 1만2410가구 중 전용 60㎡미만의 소형주택이 1만1870가구(96%)로 강남구 전체 민간 소형아파트의 34.5%에 달한다. 결국 재건축시 급격한 소형주택 멸실로 인한 주택수급 악화가 우려된다는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개포주공2·3단지를 비롯해 이날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처리한 안건에서도 서울시의 주택기조를 찾아볼 수 있다. ‘중구 순화1-1구역 도시환경정비구역 변경 지정안’의 경우 당초 85㎡초과 156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서울시는 세대수를 늘려주는 대신 공동주택 평형을 조정하도록 했다. 이 결과 주택형은 60㎡이하 104가구, 60~85㎡ 136가구, 85㎡초과 56가구로 다양화됐다.
도시경관을 해친다며 승인을 미루던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6차 재건축 사업도 전환점을 맞았다. 서울시는 용적률을 기존 271.27%에서 299.98%로 늘려주고 가구수를 705가구에서 771가구로 늘려주는 대신 소형주택인 60㎡이하를 155가구(임대 54가구 포함) 확보하도록 했다.
같은날 통과된 재개발 심의건도 마찬가지다. ‘금호제15구역 주택재개발’ 심의 과정에서 용적률 20%를 풀어주는 대신 60㎡이하의 소형주택을 추가 확보하도록 했다. 특히 세입자들에게 제공되는 임대주택은 ▲40㎡이하 63가구 ▲40~50㎡이하 51가구 ▲50~60㎡이하 13가구 등 127가구를 추가했다.
지난달 서울시가 발표한 ‘도시·주거환경정비조례 개정안’에 담긴 ‘소형주택 건설비율’도 같은 맥락이다. 법적 상한용적률에서 정비계획으로 결정된 용적률을 뺀 나머지 용적률의 50%를 소형주택으로 공급하도록 했다. 조례상 250%의 용적률을 적용받는 3종 주거지역이 법적 상한용적률인 300%까지 늘어날 경우 완화된 50%의 절반인 25%는 임대주택이나 장기전세주택으로 짓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박 시장 취임 이후 줄곧 이어졌다. 지난달 초 서울시는 소형주택 확대와 부분임대주택 도입을 받아들인 동대문구 ‘용두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계획 변경 결정안’을 승인했다. 이에 앞서 2월에는 ‘청량리 재정비촉진지구 내 전농구역에 대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이곳은 40㎡이상 임대주택을 종전 42가구에서 88가구로 2배 이상 늘리고 시프트 75가구를 추가했다. 같은달 ‘반포한양아파트’의 재건축 계획안도 소형 확보로 승인을 받아냈다. 60㎡이하 소형임대를 기존 42가구에서 75가구로 늘린 대신 서울시는 용적률을 262%에서 298%로 높여줬다. 결국 ‘소형·임대’가 정비사업을 진행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자 해결책이었던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형가구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정비사업으로 인해 중대형 물량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결국 수급불균형이 우려되는 시점”이라며 “임대 및 소형주택을 확보해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서민들의 주거권을 확보하는데 서울시의 주택기조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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