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리노스, IT와 패션 절묘한 매치업 성장-안정성 두 토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분 5초

코스닥의 潛龍들 ⑪ | 리노스

리노스, IT와 패션 절묘한 매치업 성장-안정성 두 토끼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AD


한 우물만 파라고 누가 말했던가. 고집스레 한 우물을 파다 어느 정도 깊이에 이르자, 시원한 물이 샘솟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지인이 반대편으로 가보라 일렀다. 고민끝에 새 땅에 삽을 댔다. 이번엔 차고 달기까지한 물이 솟아 나왔다. 누가 두 마리 토끼를 쫓지 말라 했던가. 천천히 가는 토끼 하나를 쫓다보니 막 태어난 다른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둘 다 잡고 보니 웬일인가. 서로를 보완하며 살찌워 나가고 있는 게 아닌가. (주)리노스에게 속담은 한낱 ‘속된 이야기’에 불과해 보였다.

“독특하네요.” 서초동에 위치한 리노스 본사에서 노학영 대표를 만나 기자가 던진 첫마디였다. 얼핏 봐도 연관성이 없는 두 분야를 핵심 사업분야로 삼고 있다니 이 같은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노 대표의 답은 의외로 간명했다. 성장성과 안정성을 둘 다 만족시키기 위해서란다.


리노스는 IT와 패션을 사업의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처음에는 IT로 시작했다. 1979년 한 해운회사의 기획실에서 첫 직장생활을 한 노 대표는 3년 뒤 모회사가 설립한 컴퓨터 계열사에서 IT프로그램, 소프트웨어 개발 및 영업 업무를 맡았다. 그러던 어느날 본사가 계열사를 정리하겠다는 통보를 내린다. 당시에는 막막했지만 결국 이는 노 대표에게 기회가 됐다. IT회사를 창업하겠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는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1991년 리노스의 전신인 ‘컴텍코리아’를 설립한다.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2002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하는 등 한 발짝씩 착실하게 나아갔다. 그런데 IT시장의 파이가 들쭉날쭉 하더란다. 매출이 일순간 커졌다가 바닥을 치기도 하는 등 불안했다.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고민이 깊어가던 때였다.


그 찰나 한 지인이 “IT만 고집하지 말고 사업다각화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시 정보통신 관련 정부기관의 주요 책임자였던 지인이 한 말이라 그는 흘려듣지 않았다. 회사의 ‘안정성’을 담보해 줄 사업 영역이 절실하다 느꼈던 터였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자신있던 분야였던 IT를 지우지는 않았다. 여기에 전혀 다른 분야를 입혀보자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리노스, IT와 패션 절묘한 매치업 성장-안정성 두 토끼 리노스는 2003년 키플링 독점 유통권을 따냈다. 사진은 서초동 리노스 본사의 쇼룸에 전시된 키플링과 이스트팩 제품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그 때 회사의 고문 변호사가 벨기에 백 브랜드, ‘키플링’을 제안했다. 검토해보니 시장성이 괜찮았다. 패션이라는 분야에 손 댄 적이 없다 보니까 겁도 났던 게 사실이다. 겁이 난 만큼 철저하게 분석하고 신중하게 다가갔다. 결국 2003년 키플링 독점 유통권을 따냈다. 그렇게 들여놓은 ‘패션’은 연 매출액 중 500억원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 품목으로 자리 잡게 됐다.


IT부문-TRS무선통신기술의 강자
과감한 도전으로 들여놓은 패션 부문은 리노스의 안정성을 담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 IT부문의 역할은 무엇일까. 현재의 리노스를 있게 한 ‘기반’이자 재도약을 꾀하는 ‘성장판’ 정도 되겠다.


창업 직후 노 대표는 ‘최초’라는 타이틀에 욕심이 많았다. 때문에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소프트웨어(SW)만 약 50개 개발했다. 큰 소득은 없었지만 당시 ‘도전의식’의 결과물이라는 데 의미를 뒀다. 그 후에는 디지털 방송 솔루션 사업으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방송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될 때 위성 및 지상파 DMB, IPTV, 콘텐츠 전송 솔루션에 걸쳐 관여 하지 않는 데가 없을 정도였다. 이는 지금껏 회사의 가장 큰 성과로 남아있다.


노 대표는 “지금은 아날로그 주파수를 회수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라면서 “방송 솔루션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리노스가 기여한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있다. 경찰 치안망 구축에도 한 획을 그었다. 1995년 국내 최초 112 신고 시스템 구축을 포함해 약 50여건의 ‘112신고 및 IDS(Instant Dispatch System: 순찰차 신속배치 시스템) 구축’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IDS는 TRS 무선통신 솔루션 사업의 일환으로 무선통신솔루션 기술은 그 밖에도 소방방재청, 지하철, 철도, 기타 정부기관 등에도 구석구석 스며있다.


리노스, IT와 패션 절묘한 매치업 성장-안정성 두 토끼

실제로 리노스는 TRS 무선통신 기술을 회사의 성장성을 담보할 주역으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한 성과도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에는 95억 규모로 경찰청과 112시스템 전국표준화 1차 구축계약을 체결하고 충북, 전남, 경남, 제주지방경찰청을 대상으로 112 시스템 통합센터를 구축하기도 했다. 지난 공급계약분은 올해 매출액에 반영된다. 1차 구축에 이어 2차 사업도 곧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올 4월, 경찰청으로부터 112 시스템 전국표준화 및 통합구축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사업규모는 350억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1차 사업의 약 4배다.


노 대표는 “2차 사업은 1차에서 포함되지 않은 전국 13개 지방경찰청 산하 경찰서 별로 운영 중인 신고 시스템을 지방청 단위 통합시스템으로 구축하기 위한 사업”이라면서 “1차 사업의 연장선상으로, 기술력이 이미 검증된 리노스가 최종 선정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노 대표는 리노스가 사업자로 선정되면 현재 패션/IT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IT 비중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 재난망사업 IT부문성장 모멘텀 예고
올해는 IT의 성장판이 본격적으로 열릴 해가 될 것이라고 노 대표는 거듭 자신했다. 그 성장 모멘텀은 국가재난안전망이다. 국내에서 국가재난안전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대구 지하철 화재 때부터다. 참사 9주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재난안전망 구축은 사실상 답보상태였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근 10년째 검토만 하고 있는 이 사업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년째 지지부진했던 이 사업, 올해 특히 주목해야 할 이유라도 있을까. 노 대표는 확신에 찬 듯 ‘그렇다’고 대답했다. 국가재난안전망 구축사업은 10년간 약 1조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대규모 사업이다. 규모가 큰지라 그간 검토할 사항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 중 가장 큰 걸림돌은 ‘통신망’ 논란. 국가재난안전망으로 적합한 게 ‘자가망’인지, ‘상용망’인지에 대한 내용이다.


그러던 올해 4월, 길고 긴 논란의 범위가 좁혀졌다. 행정안전부가 적정성을 검토한 결과 “TRS(TETRA)와 와이브로를 혼합한 ‘자가망’ 중심으로 하되, 기존 상용망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리노스는 TRS(TETRA) 기반의 자가망을 핵심기술로 보유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난안전통신망은 1차 검증과 마찬가지로 TETRA 기반 자가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와이브로의 경우 이미 방송통신위원회가 주파수 할당이 어렵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리노스, IT와 패션 절묘한 매치업 성장-안정성 두 토끼 리노스가 올해 집중하고 있는 영역은 국가재난안전망 사업이다. 리노스는 철도, 경찰청 등 여러 정부기관에서 무선통신솔루션 기술을 인정받는 등 기술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노 대표는 “최종결과는 오는 7월 기획예산처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내년 초 나올 예정”이라면서 “상용망은 전국의 60%만 커버하기 때문에 리노스의 핵심 기술인 TRS(TETRA) 바탕의 자가망 구축 가능성이 높다”고 피력했다. 노 대표는 이어, “리노스는 국가재난안전망 2005년 시범사업, 2007년 1차 사업을 성공리에 수행 완료한 경험이 있어 사업 진행 시 참여가 유력하다”고 강조했다.


패션부문-캐주얼 백 중심, 액세서리 리딩컴퍼니로
지난해 리노스는 매출액 721억원, 영업이익 76억원, 당기순이익은 5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 준 패션 부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리노스는 2003년 ‘키플링’이외에도 2009년 말 ‘이스트팩’의 국내 사업권 계약도 체결했다. 노 대표는 “사업이 순탄할 때일 수록 더더욱 ‘창의력’과 ’도전 정신’ 발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패션 부문에 대한 전략도 남다르다. 노 대표는 “한정된 백팩 위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TPO(Time, Place, Occasion)상황에 맞는 다양한 아이템 개발 및 마케팅 활동 전개, 홍보채널 및 현장중심의 프로모션 활동을 강화하는 등 안정적인 매출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키플링의 경우 SMU(Special Make Up)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본사 측과 협의해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상품을 내 놓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모자와 양말 등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독자적으로 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향후 이를 역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스트팩에 대한 포부도 내비쳤다. 노 대표는 “전성기에 비해 선호도가 많이 감소한 면이 있지만 한국에서 이스트팩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릴 때까지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션과 관련,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도 있다. “자세한 브랜드는 아직까지 공개하기 어렵지만 아직까지 한국에는 도입되지 않은 세계적인 브랜드이며 의류가 아닌 것”이라고 노 대표는 귀띔했다.


한편, 리노스는 5월21일 IR을 통해 향후 목표 실적을 발표를 할 예정이다. 매출액은 작년 대비 약 40% 성장한 수치를 내 놓을 전망이다. 노 대표는 “IT와 패션이 유사한 업종은 아니지만 경영환경에서 파트너적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밝히며 “매출 성장의 확신이 있기에 이에 대한 내용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두 마리 토끼. 비단 리노스의 사업영역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노 대표 스스로에게도 그렇다. 그는 현재 리노스의 대표이사이자 코스닥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협회장 자리에 앉은 지 1년 3개월 째. 노 대표는 “코스닥 시장의 현안을 분석한 결과, 한 단계 도약해야한다는 의미에서 캐치프레이즈를 ‘Jump up(점프업)’으로 삼았다”면서 “시장이 뛰려면 먼저 CEO가 먼저 점프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 철학이 정립되지 않으면 스러졌을 때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없다고 그는 조언했다.


리노스 수장으로 몸담은 지는 21년째인 노 대표는 그간 회사를 운영하며 한 가지 큰 가치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창업한 지 4~5년 째 되던 해. 최초라는 타이틀은 여러 개 거머쥐었지만 매출은 오르지 않아 20명의 직원 중 절반이 떠나갔다. IT회사인 만큼 기술력이 최고의 가치라 여겼던 노 대표는 허망했다. 무엇이 진정 중요한 것인가. 스스로에게 누차 되물었다. 답은 ‘사람’이었다. 그는 “기술도 결국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 아니겠느냐”라면서 “사람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회상했다. 때문에 리노스에는 사람 냄새가 가득하다. 2004년부터 매해 상하반기 베다니 마을에 봉사활동을 가는 것뿐 아니라 ‘행복한 만남’이라는 사보를 연 2회 발행하여 사업 내용 및 직원들의 동정과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행복한 만남’은 사보의 이름일뿐 아니라 리노스의 경영이념이기도 하다. 노 대표는 논어에서 말하는 ‘인(仁)’은 ‘두(二 )사람(人)’이 합쳐진 글자라고 말하며 ‘만남’에 대해 깊은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다. 특히 ‘행복한 만남’은 명함에 새겨져 있을 만큼 그에게 각별하게 다가온다. 노 대표는 “고객, 주주, 구성원 그리고 사회를 네잎클로버로 본다면 각각의 잎사귀가 모두 행복해야 기업의 존재가치가 발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잎클로버가 서로 연계돼 있듯 네 가지 요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제품으로써 고객을 만족시키고, 실적으로써 주주에게 보답하고, 복지로써 구성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며, 기부와 봉사로써 사회에 환원하는 ‘만남’이 바로 노 대표가 말하는 ‘행복한 만남’이다. 올해, 리노스의 ‘행복한 만남’이 기대된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