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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마지막 길 동행하는 김인선씨.."다음 생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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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마지막 길 동행하는 김인선씨.."다음 생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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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독일)=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타국에서 생을 마감하는 이민자의 마지막 길을 동행하는 인물. 호스피스단체 '동행' 및 다민족지원단체 '동반자'를 운영하는 김인선 대표는 독일 베를린에서 12개국에서 온 3000여명의 이민자의 죽음을 지켜봤다. 그들과 함께 산책하며 친구가 되어주고 고향의 음식을 만들어주며 마지막 길을 편안하게 갈 수 있게 도왔다. 남들은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느냐고 하지만 이것이 그에겐 행복이었다.


1972년 베를린 직업학교에서 간호학을 공부한 김 대표는 이후 15년간 독일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우연히 친구가 호스피스를 운영해보자고 제의를 하자 본인의 죽음이 떠오르며 암담해졌다고 했다.

"저 자신을 되돌아보니 저 자신도 어디서 죽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한국에 가도 아무도 없고 그렇다고 독일의 차가운 땅에서 죽는다고 생각하니 암담 그 자체였죠. 그게 저만 아니라 많은 이민자의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명보험금을 털어 호스피스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동행과 동반자에는 한국ㆍ중국ㆍ일본ㆍ베트남ㆍ터키ㆍ인도ㆍ말레이시아ㆍ캄보디아 등 12개국 출신 자원봉사자 17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 중 호스피스 자원봉사 단체인 동행엔 100여명의 봉사자가 있다. 이들은 매년 50여명에 이르는 호스피스 환자를 돌본다. 호스피스 환자를 돌보는 자원봉사는 당연히 같은 국가 출신자다. 의사의 처방을 간호사와 연결해주는 역할부터 유서 등의 서류를 작성하는 일까지 모든 이들 몫이다. 김 대표는 "이민자가 치매에 걸리는 경우 80%가 독일어를 잊고 모국어만을 사용한다고 한다"며 "호스피스 자원봉사는 언어 능력과 함께 그 나라의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에이즈 투병으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한 태국 여성이 그런 경우다. 9년 전 독일인과 결혼한 태국 여성은 남편으로부터 에이즈를 옮았지만 남편에게 버려졌다. 말도 안 통하는 독일에 혼자 남은 이 여성은 같은 태국인들이 자기 상황을 아는 것이 싫어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김 대표와 태국 여성은 영어와 몸짓으로 의사소통했다. 그 여성은 죽기 전 김 대표에게 "동행해줘서 고마웠다. 인연이 있으면 다음 생에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김 대표의 남은 꿈은 한국인 이민자를 위한 곳이 아닌 독일 전체 이민자를 위한 다민족 복지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민 국가인 독일에도 아직 이런 형태의 복지관은 없다. 일부 한국 정치인과 기업들이 복지관 설립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대부분 다민족이 아닌 한국인만을 위한 복지관 설립에만 지원하겠다고 해 아직 성사되지 못했다. 한국인이 아닌 다민족을 위한 복지관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베를린에 사는 한국인은 4만5000명의 동아시아 이민자 가운데 5000명 정도에 그칩니다. 우리도 이곳에서는 소수고 다국적 이민자들과 함께 연계해서 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베를린(독일)=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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