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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고價 ‘대폭’ 마트價는 ‘소폭’ 우유값 파동 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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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 생활물가 연쇄 상승 우려 불편한 시선

출고價 ‘대폭’ 마트價는 ‘소폭’ 우유값 파동 2R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우유코너 모습.[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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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만 봐도 숨이 차다. 물가 오르는 속도가 그만큼 가파르다는 얘기다. 9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1~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4.47%를 기록했다. 9개월 연속 4%대로 여전히 고공비행이다. 물가 상승 요인은 여기저기서 넘쳐난다. 밀가루 등 생필품 가격과 기름값이 인상됐다. 고춧가루, 돼지고기 등 일부 수급에 문제가 있는 농산물 가격이 크게 치솟으며 금값, 전셋값 상승도 두드러졌다. 이번엔 우유값이 상승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우유값 인상의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9.5% 인상’은 요즘 우유 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신종 유행 상품’이다. 지난 24일 서울우유는 흰 우유 제품의 출고 가격을 9.5% 올렸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11월 1일부터 우유값을 9.5% 올리기로 했다.


빙그레 역시 인상하기로 결정했으며 인상 시기와 범위를 신중하게 조율 중이다. 9.5% 인상은 일종의 고육책이다. 정부의 서슬에 원유값이 오른 만큼만 반영한 최소한의 인상으로 일단 한발 물러난 것이다. 우유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는 다른 원재료 및 인건비 상승분 등 인상 요인이 많지만 물가 안정이란 정부 시책에 협조하기 위해 인상 폭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출고價 ‘대폭’ 마트價는 ‘소폭’ 우유값 파동 2R

그동안 제조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유통업체는 출고가 인상 비율과 동일하게 판매가를 올리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농협 하나로마트는 유통비용 개선을 통해 서울우유의 흰 우유제품 소비자 가격을 이보다 낮은 7%만 올렸다. 서민 장바구니 물가의 안정을 위해 자체 마진 폭을 줄여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흰 우유값 인상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1L를 2150원에 팔았으나 24일부터는 2300원으로 150원 올려 판매하고 있다.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형마트로서는 농협의 이와 같은 행보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곳도 서울우유와 마찬가지로 1L 흰 우유를 2300원에 팔고 있다.


1000mL 흰 우유의 경우 라면이나 화장지처럼 가격 민감 품목에 해당된다. 또한 우유는 다른 제품들의 원료가 되는 식품이다. 따라서 우유값 인상이 연쇄적으로 물가 인상을 불러오는 이른바 ‘밀크 인플레이션(Milk Inflation)’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우유 가격 인상이 전반적인 생활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피·빵·아이스크림 ‘인상’ 조심스런 입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커피·빵·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원료로 하는 제품들의 가격 상승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카페라테·카푸치노·마키아토 등 라테 계열의 커피와 캔·병·컵 커피와 같은 RTD(Ready To Drink) 커피음료, 빵, 아이스크림은 우유 함유량이 60~70%를 넘는다.


서울 창전동에 사는 주부 조성은(61)씨는 “매일 아침 우유는 꼭 먹어야 하는데 가격이 오르면 부담 되죠. 게다가 빵값, 치즈값까지 비싸지면 어떡해요. 갈수록 장보기가 무서워집니다.” 직장인 김은호(31)씨는 “점심식사한 뒤나 야근할 때 항상 커피전문점 커피를 마셔요. 특히 카페라테를 즐기는데 가격이 오르면 자주 사서 마시기엔 좀….”


커피전문점, 제과업체 등 관련 업계의 고민도 덜하지가 않다. 물가 안정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섣불리 인상을 결정하기가 조심스럽기 때문. 가격 인상에 뛰어들기보단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의 이태환 마케팅팀장은 “제품 인상에 대해선 고민 중”이라며 “원두뿐 아니라 우유,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환경에 처해 있다. 이에 우선적으로 최대한 방어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 ‘파스쿠찌’와 제과점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아직 제품 인상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 SPC그룹 이준무 부장은 “연말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빵은 대표적인 서민 식품인 데다 정부의 시책인 물가 안정도 고려해야 하므로 값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금은 잘 견디고 있지만 원가 부담이 더 심해지면 내년엔 (제품 인상을) 고려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의 제빵 가격과 ‘투썸플레이스’의 커피음료 가격 인상 여부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년이면 모를까 올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삼립식품 측도 “우유값 인상에 대한 타격은 분명 있다”면서도 “지난 여름, 제품 가격을 한 차례 올린 바 있어 올해까지는 시장 상황을 두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빙그레는 우유값을 인상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투게더’ ‘엑설런트’ 등 우유가 100% 가까이 들어가는 아이스크림 가격도 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 또한 원가 압박이 커져 최근 일부 제품에 대해 가격을 올려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커피전문점의 한 관계자는 “요즘 정말 힘들어 죽겠다”며 “우유값 인상 외에도 인건비·재료비·임대료 상승을 고려할 때 ‘제품 인상안’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시기가 곧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유만 있나” 두유 등 대체상품 인기
한편 우유의 ‘부담스런’ 자리를 두유가 메우는 경향도 눈에 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최근 우유값 인상과 관련해 우유 대신 두유를 넣은 커피음료 주문 시, 컵 사이즈 업그레이드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또 연구개발 비용의 일환으로 제품 값에 붙던 500원을 폐지해 기존 우유 커피 가격 수준으로 판매, 두유를 적극 권장하고 나섰다.


탐앤탐스는 당분간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은 없는 대신 두유를 넣은 커피 제품 도입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이다. CJ푸드빌의 경우 이전부터 두유의 영양과 다이어트 효과에 주목, 우유 대신 두유 선택이 가능한 메뉴 개발을 해왔다. 회사 측은 이번 우유값 인상과 더불어 시기적으로 공교롭게 맞아 떨어지면서 두유 음료가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두유 전문 생산업체 정식품은 올 여름, 원유 가격 협상 때 제과점 및 커피 전문점으로부터 빵과 커피 원료로 두유 사용을 검토한다는 문의를 받았다. 유업계는 구제역에 고물가가 겹쳤으며 우유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속화되고 동물성 보다는 식물성 식품을 선호하는 등의 이유로 두유를 찾는 이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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