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지금과 같이 해서는 안된다. 정신차리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급변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경제환경을 점검하며 올 연말과 내년도 경영구상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밝힌 속내다.
그러나 이 일성(一聲)에는 지난 4월 21일 이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집무를 개시한 후 6개월간 삼성이라는 거대조직을 위에서부터 바닥까지 샅샅이 점검하며 그가 느낀 재계 1위, 글로벌 1위 기업 수장으로 느끼는 '위기의식'이 반영돼 있다.
삼성본관이 서울 태평로에 있던 때에도 회장실에서 집무를 보지 않았던 이 회장이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출근을 하고 때로는 일반 직원들보다도 이른 7시30분께 회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위업달성 이면에 자리잡을 수 있는 '나태'나 '방만'을 사전에 방지하지 않고는 '1위' 라는 영예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선 이 회장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는 최대현안은 애플과의 특허전쟁이다.
이 회장은 결국 삼성전자에 반도체와 LCD를 아우르는 DS총괄을 신설해 세트(완제품)과 부품의 명확한 장벽세우기 전략을 선택, 삼성전자가 사업부별로 애플과 '경쟁과 협력'이라는 최고의 효율적 경영전략을 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줬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사장이 팀 쿡 애플CEO를 만나 부품 장기공급까지 논의한 것은 바로 세트와 부품의 완전한 분리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그는 '긴장감'을 파격적인 형태로 불어넣었다.
삼성테크윈의 일부 임직원 비리행위에 대해 이례적으로 "부정부패가 만연했다"고 공개석상에서 지적하면서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과 인사팀장을 교체했고 각 계열사 감사팀까지 강화해 임직원들의 경각심을 고조시켰다. 삼성테크윈이 산업용 공기압축기를 공개 리콜한 것도 이 회장의 '품질경영'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것이 삼성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앞으로 이 회장은 사옥집무를 지속해 가며 미래 먹거리 사업인 태양전지와 자동차 2차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의 성장잠재력 확충에 상당부분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자동차 2차전지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SDI에 태양광사업을 이관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내도록 했고 바이오제약부문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출범시켰다. 또 의료기기에서는 메디슨을 인수를 완료해 추가적인 인수합병(M&A)도 진행중이다. LED부문의 경우 시황부진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조명사업으로 발빠르게 이동하며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신성장동력 부문은 이 회장께서 10년 투자계획을 밝혔듯이 당장 성과를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며 성장잠재력을 확충해 말 그대로 미래의 먹거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전했다.
한편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10여차례의 해외출장을 통해 110명의 IOC위원을 어떤 방식으로 만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공헌을 했고 그로 인해 특별사면에 대한 심적부담도 덜어낸 만큼 당분간은 이 회장이 소프트웨어 등 삼성의 근원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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