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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獨·佛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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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유로존 은행들에 대한 자본 재구조화(recapitalization)에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다 하겠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날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은 유로존 은행들이 충분한 자본을 가는 것을 보장하는 ‘모든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 은행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포괄적 계획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는 은행 구제를 위한 방향이나 구체적 행동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와 관련, “아직 세부사항을 말하기는 이르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를 활용해 유로존 은행들을 지원할지 여부로 대립해온 양국간의 이견을 좁히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그동안 프랑스는 EFSF를 사용해 직접 은행을 지원할 것을 주장해 온 반면에, 독일은 EFSF로 은행을 지원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며 각국 정부가 공적 자금을 마련해 은행 자본 재구조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독일은 부실 남유럽 국채 매입도 시한과 액수를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함께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의 부채 위기를 다룰 계획을 세우는 것도 반대했다고 FT는 보도했다.


그러나 벨기에-프랑스계의 덱시아 은행이 파산 위기를 맞아 분리매각과 국유화의 수순을 밟고 있고, 덴마크의 맥스(Max)은행도 파산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지난 8일 보도되는 등 유럽계 은행들의 위기가 다시 불거지고 있어, 이달 말까지 은행 재구조화가 늦춰진다면 다소간 진정 기미를 보이던 유로존 부채 위기는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유로존의 조속한 행동을 촉구하는 미국과 영국의 압박도 강화되고 있다. 영국의 제임스 캐머런 총리는 9일 FT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에 몇 주안에 닥칠 경제적 재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큰 대포 한 방”(big bazooka)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주카(bazooka)는 지난 2008년 미국의 금융 위기 때 미 의회에 구제금융(TARP) 법안 통과를 사실상 강요했던 행크 폴슨 당시 재무장관의 별명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캐머런 총리는 유럽공동체가 조약 변경을 통해서라도 보다 강한 재정 공동체로 발전해야 하며, 독일과 프랑스가 이견을 좁혀 합의에 도달할 것과, 국제통화기금의 보다 신속한 행동 및 유로화를 쓰지 않는 국가에 대한 안전책 마련 등을 유로존에 요구했다. 캐머런 총리의 경고는 독-프 정상회담 이후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캐머런 총리의 '빅 바주카' 주장은 유로존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미국식의 구제금융이나 조건부 자산매입(TALF) 방식 등 유로재정안정기금을 레버리지화해야 한다는 미국쪽의 주장과 동일한 맥락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7일 유럽의 지도자들에게 “신속한 행동”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의 호세 바로소 집행위원장은 이날 “유로화 붕괴나 한 국가(그리스)가 유로화에서 탈퇴하는 것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라고 밝힌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바로소 위원장의 발언은 그동안 그리스의 디폴트를 적극 부인하던 것과는 달리 내부적으로 그리스의 디폴트 및 유로존 탈퇴에 따른 파급 효과를 시나리오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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