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대기업과의 특허소송에 휘말려 1년을 허비했다. 결과는 승리였지만, 상처도 깊었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조달품목 1위 자리는 남에게 내줬고 그간 쌓아온 성실한 기업 이미지도 깎였다.
'기술'로 인정받았던 만큼 연구개발에 더 매진했고, 이제 더 나은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합성목재를 이용해 건축자재를 만드는 빌츠그린의 심효섭 대표(사진) 얘기다.
지난 6일 강원도 횡성 우천농공단지에 있는 본사에서 만난 심 대표는 "최근 선보인 신제품과 내년에 출시할 합성목재의 제품경쟁력이 충분한 만큼 예전만큼의 시장점유율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빌츠그린의 제품은 조달시장 해당품목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다. 심 대표가 2000년대 초부터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합성목재에 관심을 갖고 소재개발에 몰두한 결과다. 특히 합성목재를 만들 때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목분 대신 세계에서 처음으로 왕겨를 사용해 생산단가를 크게 낮춘 게 주목을 받았다.
제품성능의 큰 기준이 되는 무게를 줄인 것도 강점으로 꼽혔다. 국제기준(1.25)에 비해 훨씬 가벼운 1 수준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지금도 국내외 업체 가운데 이 정도 무게의 제품을 만드는 곳은 거의 없다. 때마침 전에 주로 유통되던 합성목재들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이유로 사용 금지되면서 심 대표가 개발한 제품은 독보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합성목재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경쟁도 심해졌다. 한 건축자재 대기업이 제조방식을 들먹이며 특허무효소송을 낸 것도 이 때다. 심 대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원료혼합 방식이 특허가 아니라고 대기업이 소송을 제기했다"며 "영업일선에서도 '빌츠그린 특허가 곧 취소될 것'이란 근거 없는 소문을 내는 등 전형적인 '대기업의 중소기업 죽이기'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1년 후, 소송은 이겼지만 이미 시장에선 대기업이 자신의 빈자리를 차지했다. 매출은 1년 새 40% 줄었다. 그는 "손해배상청구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새로운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제조방식에 있어선 누구보다 일가견이 있었기에 충분히 자신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선보인 디자인데크는 이같은 와신상담의 결과물이다. 기존 합성목재로 힘들었던 디자인을 연출할 수 있고 바닥부분에 고정틀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일반인도 손쉽게 시공할 수 있다. 가격도 싸다. 개발을 거의 다 마치고 내년 초 출시할 제품도 있다. 이 제품은 일반목재보다도 가벼운 0.85 수준으로 현재 이 정도 수준의 제품을 만든 곳은 없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협동화사업 지원자금으로 한도치에 가까운 95억원을 받기로 하는 등 회사츼 사업성은 이미 사전검증을 받았다. 협동화사업이란 비슷한 업종의 중소기업들이 공장·창고 등의 시설을 같이 사용하도록 짓는 조건으로 지원하는 사업으로, 해당업체들의 기술이나 아이템의 사업성을 심사해 지원규모를 정한다.
심 대표는 "내년 초부터 협동화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라며 "같이 참여한 기업들과 기술제휴 등을 통해 제조원가를 낮출 경우 경쟁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횡성(강원도)=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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