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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야 놀자, 학교에서'..염광고의 '잉들리시 성공학'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27초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학생들이 영어에 둘러싸인 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영어 공교육은 살아있다"고 외친다. 비결은 수요자 맞춤교육과 영어의 '판' 깔아주기다. 문법을 달달 외우는 수준은 넘어선 지 오래다. 아직 서툰 학생들이지만 영어로 대화를 하는 데 큰 거리낌은 없다. 입을 열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실력이 처지는 학생들은 더 큰 배려 속에서 마치 놀이처럼 영어를 접한다. '부족한 학생을 더 잘 하도록 이끈다'는 교육의 본질을 이 학교는 구현하고 있다.

☞ "멍석 먼저 깔아주죠"..'염광 영어' 이끄는 박용호 교사


의사소통이 가능한 실용영어, '진짜' 영어를 가르쳐 이론 능력까지 자연스럽게 키워내고 있는 이 학교는 강남의 '교육 1번지'에 자리한 유명 학교가 아닌, 소위 '교육 소외지역'으로 분류돼온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염광고등학교(교장 전충용)다. 지난 28일 찾아간 이 학교는 그야말로 '영어의 숲'이었다.

'영어야 놀자, 학교에서'..염광고의 '잉들리시 성공학' 염광고 영어 '상(上)'반에서 진행되는 수업 장면.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이를 급우들에게 설명한 뒤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영어 실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수업 방식이다. 발제를 하는 학생은 급우들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 충실히 공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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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산다"..비(非)영어 과목 수업도 영어로 = 지난해 '영어중점 창의경영학교'로 지정된 염광고가 가동중인 프로그램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이중영어반이다. 1ㆍ2학년 총 2개 학급으로 운영되는 이중영어반 소속 학생들은 수학ㆍ사회문화ㆍ컴퓨터ㆍ체육 등 영어가 아닌 일부 과목의 수업 때도 영어로 공부한다.


기자가 찾아간 날 있었던 1학년 체육 이론수업 시간. "Anybody absent?(결석한 사람 없어요?)"라는 유창한 영어로 수업을 연 교사는 1시간 내내 영어로 수업을 진행했다. 교사가 던지는 질문에 학생들은 미숙하지만 자연스럽게 영어로 답을 했다.


사설 학원이었다면 수 십 만원씩 들여야 했을 고급 회화수업이 영어도 아닌 과목의 정규 수업 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학교 일상=영어 노출'이라는 등식이 여기에서 나온다.


'영어야 놀자, 학교에서'..염광고의 '잉들리시 성공학' 퍼즐 맞추기 게임 형식으로 진행되는 영어회화 수업.



◆학생이 선생님으로, 수업은 게임으로..배려가 담긴 수준별 수업 = 염광고는 학생 간 영어 선행학습에 따른 실력 차이를 인정하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맞춤식 교육을 지향한다.


예를 들어 상위권 학생들의 영어 수업은 그날그날의 학습 내용에 따라 학생이 직접 영어 지문이 들어간 문제를 만들어 전자칠판에 띄운 뒤 교단에 서서 급우들에게 내용과 문법상의 요점을 설명하고 질의응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발제를 한 학생은 급우들 앞에 서야하기 때문에 더욱 충실히 공부를 할 수밖에 없고, 이를 토대로 학생들이 자기들만의 화법으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려운 문법 이론도 보다 쉽게 익힐 수 있다는 게 교사들의 평가다.


반대로 영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수업은 교사 주도의 놀이처럼 진행이 된다. 1주에 1시간씩 있는 영어회화 정규수업이 대표적인데, 이 때 교사는 퍼즐 등의 도구를 이용해 단어맞추기 게임을 진행한다. 이 과정이 자연스럽게 영어로 이뤄지는 것이다. 수준이 무시된 채 편성된 학급에서 공부했다면 수업을 못따라가고 졸거나 딴 짓을 했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학습에 임하게 됐다.


특기할 것은 영어회화 수업의 경우 원어민 교사와 내국인 교사 2명이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영어회화 수업이라고 해서 원어민이 일방적으로수업을 하면 자칫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어민 교사가 영어로 말을 하고 내국인 교사가 학생들 사이를 오가며 최소한의 한국어로 이해를 돕는 식이다.


'영어야 놀자, 학교에서'..염광고의 '잉들리시 성공학' 28일 열린 염광고 영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1학년 김다영 학생이 '꿈'이라는 주제로 영어 발표를 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학생들, '영어의 숲'을 거닐다 = 학생들이 영어에 밀착해 생활하고 교과서를 넘어 실질적인 영어 구사능력과 쓰기 능력을 갖추도록 하려는 갖가지 프로그램도 염광고의 자랑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특히 반응이 좋은 것은 '영어 원서 읽기 장려 운동'이다.


이와 관련해 염광고는 현재 영어도서관을 운영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영어 독후감 쓰기를 수행평가 항목에 포함시켰다. 여름방학 직전에 대여한 영어 원서 1권을 잃고 영어로 독후감을 쓴 뒤 방학이 끝나면 제출하는 방식이다.


1년에 한 번 또는 수시로 진행되는 영어 말하기 대회, 영어노래 부르기 대회, 영어 실력 진단 대회 등도 학생들을 영어와 가깝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한 주에 2회씩 학생들끼리 팀을 꾸려 인근 복지관 등에서 저소득층 가정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영어교육 봉사활동은 학생들과 지역민들 사이에서 반응이 매우 좋다.


학생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여는 '어머니 영어수업'도 염광고가 자랑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영어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을 높이고, 늦게나마 영어 재교육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가동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도 'English Money', '영어 한 등급 올리기 대회', '영어단어 암기 피자대회'등 영어에 관심이 적거나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관심을 고취하기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염광고에서 진행되고 있다. '영어 원서 읽기', '영어 실력 점검 대회', 'English Camp', '영어 인터뷰' 등에서 모두 합격한 학생에게 인증서를 주는 방안도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염광고가 고안한 묘안이다.


'영어야 놀자, 학교에서'..염광고의 '잉들리시 성공학' 염광고 복도 게시판의 모습. 영어학습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복도 게시판 상당부분이 영어 콘텐츠로 채워져있다.



◆학생 만족도 'Up', 실력도 'Up' = 이런 환경 속에서 학생들의 만족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수업 내용과 교재로 문법을 익히고, 영어로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든 입을 열고, 교과서를 벗어나 실질적인 영어를 접하면서 실력이 느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기'중심의 실용적 영어능력 평가의 시대가 열렸지만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염광고 1학년 김다영 학생은 "지난해에 수업료가 매우 비싼 유명 영어학원에 다녔는데,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보다 나을 게 없었다"면서 "학교 프로그램을 잘 따라가면 유창하게는 아니라도 영어로 말을 하게 되고 전반적인 영어 실력이 느는 것 같다. 현재로서는 학원에 다닐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다영 학생과 마찬가지로 "다니던 학원을 모두 끊었다"는 같은 학년 김민성 학생은 "우리 학교 학생들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실용적인 내용, 구어체 표현들을 많이 배우는데 모두 새롭고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면서 "학교 프로그램에 따라 공부를 하면서 토플 모의고사 성적이 105점으로 올랐다"고 했다.


이 점수는 대입 글로벌전형의 커트라인(학교별로 80~100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7월 모의토익 점수가 전년도 12월보다 100점 이상 오른 학생이 10명이 넘는다는 사실이 두 학생의 설명을 뒷받침한다.


주병덕 염광고 교감은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서 1~2년 공부하면서 영어 성적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면서 "특히 말하기를 잘 해내고 있다는 것이 성과"라고 말했다. 주 교감은 또 "대부분의 학생이 영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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