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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파파라치는 '빅 브러더' "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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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영어강사로 일하던 임현석 씨는 7년 전 산더미처럼 쌓인 대출금과 이자 갚기에도 빠듯한 봉급에 지쳐 새로운 직장을 얻기로 결심했다. 한참 각광받던 ‘불법행위 신고포상’업계에 뛰어든 것이다.


임씨가 주로 목표로 노리는 것은 건설현장에서 불법으로 폐기물을 태우는 이들이다.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한 환경오염행위로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신고시 최고 1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임씨는 현장을 발견하면 20~30m 떨어진 곳에 차를 대고 줌 렌즈가 달린 카메라로 찍는다. 올해 39세인 임씨는 “예전에 영어강사로 일할 때보다 수입이 세 배는 늘었다”고 말한다.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쨌든 법대로 하자는 게 아닙니까.”

28일 뉴욕타임스(NYT)는 성업 중인 한국의 ‘파파라치’ 업계의 실태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파파라치’는 이탈리아어로 원래 뜻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유명인들을 쫒아다니며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몰래 찍어 치부를 캐내 ‘특종’으로 팔아넘기는 직업 사진사들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파파라치는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대상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위법행위를 당국에 신고해 포상금을 타내는 이들을 뜻하는 변형된 의미로 쓰이고 있다.


‘파파라치’가 본격적으로 언론에 이같은 의미로 통용된 계기는 2001년 ‘교통법규위반 신고보상금제’가 처음 도입되면서다. 당시 막대한 포상금을 타낸 ‘전문 신고자’들이 등장하면서 언론에서는 자동차와 파파라치를 합성한 ‘카파라치’란 표현을 처음 썼다. 초창기 ‘카파라치’가 화제가 됐을 때 이들은 북적대는 교차로 근처 건물 옥상 등에 몸을 숨긴 채 커다란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로 운전자들의 불법 U턴 등을 찍어 하루에 수백만원을 버는 것으로 언론에 묘사됐다. 이후 불법 학원영업을 잡는 ‘학파라치’,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종의 탈세행위를 고발하는 ‘세파라치’, 쓰레기 불법투기를 잡는 ‘쓰파라치’ 등의 유사 합성어까지 연달아 생겨났다.

지난 몇 십년 동안 한국에서는 정부가 일반인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사례는 보통 북한의 간첩들을 신고하는 경우가 전부였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각 부처는 단속인력 유지에 따른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경범죄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러한 ‘아웃소싱’ 형태는 비용 절감 외에도 다른 효과를 갖는다. 위법행위 적발시 물리는 벌금이 포상금 지급으로 나가는 돈보다 더 많기에 세수 증대 효과까지 낸다.


이같은 세금은 5000원에서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서울시는 2009년 공직자의 부패·비리행위 신고시 포상금을 5000만원에서 최고 20억원으로 늘리고 내부고발자에게는 승진 등 인사상 혜택도 부여하기로 조례를 개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파파라치’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임씨는 자신의 부모님에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관련 제도를 운영하는 정부 기관이 신고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가능성도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문신고업자’로 일하고 있는지 공식적인 집계는 없다. 일단 법적으로는 당국이 이들 신고자들의 익명성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파파라치들을 육성하는 학원도 등장했다. ‘신고보상요원 전문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미스미즈’의 문성옥(64) 대표는 “보통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이쪽 업계에 뛰어든다”고 말했다. 이곳의 ‘수강생’들 중에는 51세의 주부도 있다. 그는 “집안 형편이 어려우니 뭐라도 해야겠기에 왔다”면서 “평소에도 길을 가다 교통사고 현장을 보면 바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경찰서에 신고하고 증인으로 나서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최근 경기불황 때문에 신고업계가 더욱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파파라치 육성업체 홈페이지에는 “경제가 악화될수록 더 많은 범죄나 부패가 일어나기 마련”이라면서 “신고보상제도는 기회의 땅”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학원들의 미등록 영업이나 고액수강료 징수 등 신고자에게 지급한 포상금 액수는 2009년부터 총 3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시장은 날로 과열되는데 단속은 거의 이들‘학파라치’에게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찍으려는 자들과 찍히지 않으려는 자들 사이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학파라치들은 학부모로 가장해 상담을 요청하고 녹음기나 카메라 등을 숨긴 채 대화를 녹음한다. 학원장들은 온라인으로 학파라치들을 적발하기 위한 기법을 공유하고, 학파라치들끼리는 더 고급의 소형장비를 쓰는 등 나름의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린다.


또 기업의 약점을 잡아내 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거래를 시도하거나, 불법영업행위자가 다른 경쟁 불법영업자를 신고자에게 제보해 공격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정부의 포상금 제도가 시민들 간에 적대 구도를 만들고 사회적 불신 풍토를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의 이윤호 교수는 “제도 자체의 아이디어는 좋지만 이를 생업으로 삼는 전문신고자들이 등장하는 것은 법 집행을 사유화시키고 윤리적인 논란거리를 양산할 수 있으며, 소시민들이 주로 목표가 되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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