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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출석' 관행 깬 金 총리..존재감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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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편하게 이야기하기 위해 일찍 왔습니다"


22일 오전 7시50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청사 9층 회의실. 회의 시작 시간 보다 일찍 도착한 김황식 국무총리가 들어서자 회의장이 술렁였다. 그 동안 정각 도착해 회의를 주재하던 관행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 제88차 국가조정정책회의가 열리기 10분 전인 만큼 국무위원 좌석 대부분은 비어 있었다. 김 총리는 뒤이어 회의장에 들어오는 국무위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지만, 국무위원들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회의 직후 취재진들은 김 총리의 조기 출근에 대해 "말로만 다그치지 않았지 사실상 군기 잡기가 아니겠냐"고 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음 달 취임 10개월을 맞는 김 총리는 최근 청와대와 정부부처, 국회 등에서 긍적적인 평가가 많다.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정치적 무게감은 없지만 각종 난제를 매끄럽게 처리하면서 호평이 늘고 있는 것.


대법관까지 지낸 판사 출신답게 신중함이 몸에 베인데다, 감사원장을 거쳐지면 정치적 사안에 대한 판단력을 겸비한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국회에서 말실수 한 번 없이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조근조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정운찬 전 총리가 국회 출석 때마다 난타를 당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8개월간 총리실은 저축은행 사태에서 비롯된 금융감독 혁신 업무와 검경수사권 조정, 국제과학비지니스 벨트 입지 선정 등 주요 정책에 대한 조정 업무가 늘었다. 김 총리가 잡음 없이 업무를 처리해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김 총리는 굵직한 사안마다 정치력을 발휘해 왔다. 올 초 국론을 사분오열 만들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등 김 총리가 나서면서 반발을 최소화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치적 야망 없이 '이번 마지막 공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업무에서 사심이 없다"며 "청와대나 국회에서도 이 같은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이해하고 넘어가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측근들에게 "총리직에서 물러나면 자연인으로 살겠다"는 말을 자주한다고 한다.


최근 김 총리는 취임 후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 감사원의 저축은행 감사 지연 의혹이 제기된 지난 5월. 김 총리가 올 초 언론사 간부들과 식사 자리에서 "감사원장 재직 시절 오만군데에서 압력을 받았다"고 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으로부터 실체를 밝히라는 압박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국회에 출석해 "누가 감히 감사원장에게 압력을 가하느냐"고 일축하면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청와대에서 김 총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확연히 바뀌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총리는 정무적 감각이나 정책 이해도에서 역대 어떤 총리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정착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도 이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정적 시선도 있다. 행정부 최고 수장인 김 총리가 임명 제청 등 각종 사안에서 무조건 대통령의 방침을 따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통령제에서 총리 권한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만큼 제도적인 문제라는 반론도 있지만 '조용한 리더십'은 곧 정치력 부재와 직결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김 총리는 노령화 사회에 따른 독거노인 문제 등 복지 문제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복지공무원 증원 정책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김 총리는 "복지인력 확충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복지행정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복지사각지대 해소와 복지재정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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