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17일 3차례나 멈춰서 KTX 불안감 커져…올 들어 6일에 한 번꼴로 ‘고장’, 일부 승객 소송도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KTX 열차가 또 멈췄다. 그것도 15~17일 3차례나 서면서 KTX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친(?) 고속철이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코레일 더 이상 못 믿겠다’ ‘철도 전반에 대해 고강도 감사를 벌여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요일인 17일 오전 9시40분 부산발 서울행 KTX 120호 열차가 오전 11시쯤 김천역과 영동역 사이의 황학터널(길이 9.975㎞) 안에서 갑자기 섰다.
이 사고로 400여 승객들은 깜깜한 터널 안에 1시간 이상 갇혀 있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열차는 도착예정시각(오전 11시48분)보다 약 1시간40분 늦게 서울역에 닿았다. 실신하거나 건강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뒤따르던 열차도 줄줄이 늦어져 승객들 항의가 빗발쳤다.
코레일 관계자는 “모터블록(바퀴를 움직이는 동력공급 장치)에 이상이 생겨 기관사가 열차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1시45분엔 부산을 떠나 서울로 가던 KTX 열차도 출발 30분 만에 냉방장치에 이상이 생겼다. 승객 800여명은 약 1시간45분간 열차 안에 앉아있었다. 실내는 찜통을 방불케 했다는 게 승객들 전언이다. 승객들은 대전역에서 다른 열차로 옮겨 타고 서울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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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지난 15일에도 문제가 생겼다. 그날 오전 11시30분쯤 밀양역으로 들어서던 서울발 마산행 KTX산천 열차에서 연기가 나 승객 150여명이 다른 기차로 갈아타는 소동을 벌였다. 일부 승객은 유리창을 깨고 탈출을 꾀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KTX의 고장·사고는 올 들어서만 수십 번에 이른다. 고장으로 10분 이상 운행이 늦어진 건 30여 차례다. 6일에 한 번꼴로 고장이 난 셈이다.
코레일은 KTX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달 ‘항공기수준으로 정비해서 고장·사고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공염불에 그쳤다. 국민들도 믿지 않는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고속열차가 툭하면 멈춰 서자 일부 승객들은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집단소송에 나설 태세다. 코레일은 해당 열차표 값을 다음 열차를 탈 때 요금을 깎아주거나 표 값의 절반을 돈으로 주는 방법 등으로 보상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철도전문가들은 “KTX의 잇따른 사고는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신호”라며 “그럼에도 잦은 고장·사고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난 15일 KTX를 타고 마산으로 가다 고통을 당한 K씨는 “더 이상 코레일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며 “KTX열차 도입과 정비, 운행체계 등에 대해 전면감사를 벌여 최고책임자 등 관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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