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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딜레마'에 빠진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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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재가동 불안..'전력난'에 마냥 미룰수도 없어

[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이 정기 점검에 들어간 원자로 재가동 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져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원전을 운영하는 일본 전력업체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을 폐쇄해야한다는 시위와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원자로 재가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원자로 재가동을 계속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름으로 들어서면서 전력수요가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규슈전력이 운영하는 겐카이 원전의 원자로 2, 3호기의 경우 원래 계획대로라면 각각 점검을 마치는 3월 말과 4월 초부터 가동이 재개됐어야 했다. 겐카이 원전이 위치한 곳은 지진 위험지역도 아니며 후쿠시마 원전을 덮친 것과 같은 대규모 쓰나미가 발생한 위험도 낮지만 지역사회의 반대로 재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정기점검을 위해 13개월마다 원자로 가동을 중지하는데, 지자체들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부의 원전 안전에 대한 약속을 신뢰할 수 없다며 점검이 끝난 원전에 대해 재가동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원전 가동 재개를 위한 법적 권한은 전력업체들이 갖고 있지만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가동 재개 여부를 지자체와 협의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원자로 재가동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 규슈전력 관할 지역의 총 6기 가운데 3기가 운전이 정지된 상태라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철을 맞아 전력난이 불가피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달 초를 기준으로 일본 54개 원자로 가운데 37개 원전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로, 정기 점검에 들어간 원자로를 재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내년 봄에는 일본 내 모든 원자로가 가동 중단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규슈전력은 "겐카이 원자로 2기를 재가동하지 못한다면 규슈 지역에 여름철 전력부족 사태를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규슈전력은 원자로를 재가동하지 못하면 전력공급량이 최대 15%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로를 재가동하지 못할 경우 전력난 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타격을 주게 된다. 원자력발전소가 해당 지역의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겐카이 원전이 있는 사가현 겐카이 마을은 양파 재배와 적도미 잡이, 그리고 원전 발전에 따른 정부 보조금과 세수에 의존하고 있다. 겐카이 마을의 올해 예산 57억엔 가운데 정부 보조금과 원전의 고정자산세는 65%를 차지한다. 원전 관련 노동자도 전체 6500명 인구의 10%에 이른다.


후지우라 아키라 사가현 지역의원은 "많은 이들이 원자로 가동을 영원히 중단하길 바라고 있지만, 원전이 생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원전 폐쇄를 직접적으로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원전에 인접해 있지만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지역은 원전 재가동을 반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겐카이 마을에 접해있는 가라쓰시의 경우 "시민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원전의 재가동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라쓰시는 시내 대부분이 겐카이 원전 반경 20km 내에 속해있지만 원전 관련 보조금 및 교부금은 시 예산의 1%에 불과하다.




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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