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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은 쌓이고 찾는 이는 없고 1% 부자들은 다 어디 갔을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3분 31초

불황 ‘무풍지대’ 고급주택 시장이 수상하다

매물은 쌓이고 찾는 이는 없고 1% 부자들은 다 어디 갔을까 왼쪽부터 LH공사 월든힐스, 한화 갤러리아포레, 상지 리츠빌카일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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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강하다던 고급주택 분양 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고급주택 시장도 피해갈 수 없는 난관으로 부상했다. 그 많던 부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텅 빈 고급주택이 여전히 높은 호가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넓은 마당 딸린 단독주택, 최적의 조망권을 확보한 고급 아파트, 호화로운 빌라가 팔리지 않으니, ‘빛 좋은 개살구’다. 이대로 고급주택 시장은 추락할 것인가. 서울 성북구 성북동, 용산구 한남동, 종로구 평창동 등 부자동네의 고급주택 기상도를 알아봤다. 더불어 새롭게 뜨고 있는 지역도 있단다. 뜬소문일지, 실제로 이변이 생길지 미리 진단했다. <편집자 주>


서울 도심은 여유 부지가 많지 않아 신규 분양이 거의 없는 편이다. 최근에 지어진 것부터 20년 이상된 주택까지 매매 물량이 많다. 이 중 최근에 지어진 단독주택은 타운하우스 형태가 흔하다.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거나 단지형으로 구성돼 기존의 단독주택보다 편의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거래량이 많지는 않다. 전반적으로 주택 거래 침체의 늪에 빠진 형편이다.

성북동 고급주택 매매 전문 A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신규 분양건은 없으며 1년에 5~6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전체적인 주택 가격이 많이 하락했지만 고급주택 매매가격은 큰 변동 없이 늘 비슷한 실정이라는 답변도 덧붙였다.


소위 돈 있는 사람들은 주택 시장 불경기에도 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기존의 편견 때문이다. 김부성 富테크연구소 소장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상황에서, 고소득층은 향후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지역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섣불리 가격을 낮출 수도 없다.


그럼에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전지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고급주택도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제 아무리 타운하우스라고 해도 부동산 불경기를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매물은 쌓이고 찾는 이는 없고 1% 부자들은 다 어디 갔을까 왼쪽부터 운중 아펠바움, 라보테가, 산운 아펠바움 조감도.


이 지역 매물들을 살펴보니 대지면적 542㎡, 건평 760㎡의 방 4개 딸린 단독주택 매매 가격이 70억원이었다. 2010년 준공된 최신식 건물이다. 대지면적 647㎡, 건평 323㎡의 단독주택은 40억원. 준공 시기, 면적, 옵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40억원 이상의 가격이 기본이다.


평창동은 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낮은 가격대의 단독주택 매물이 눈에 띈다. 지난 4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가장 높은 공시가격을 기록한 단독주택은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해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택이다.


대지면적 2134㎡, 연면적 961㎡에 공시가격이 무려 97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공시가격 상위에 오른 단독주택은 재벌 총수가 소유한 경우가 많다. 이들 초고가 단독주택은 대부분 가격이 전년도 대비 상승한 것이 특징. 그러나 그 밖의 일반적인 고가 주택은 가격이 소폭 하락하거나 변동이 없는 경우가 많다.


고급빌라 안 팔려 중개사들 ‘죽을 맛’


한남동 유엔빌리지에는 고급빌라가 많다. 2005년 준공 후 헤렌하우스 등이 인기를 끌었다. 현재 전용면적 331㎡에 복층형 헤렌하우스는 매매가가 45억원이다. 서울 지역 내 고급빌라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B공인중개사 사이트에는 매매가격 20억원 이상의 고급빌라 매매 물건이 등록되는 횟수가 하루 평균 50건 이상을 넘어선다. B공인중개사 사무소 담당자는 “매물은 많은데 거래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아 죽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매물로 나온 고급빌라 중에는 마크힐스, 상지 리츠빌 카일룸 등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 매매 가격은 전용면적에 따라 20억원에서 80억원까지 다양하다. 강남구 청담동 상지 리츠빌 카일룸 3차는 올해 공동주택 부문에서 면적 대비 공시가격이 높은 순으로 3위를 차지했다.


전용면적 265㎡에 공시가격이 43억6000만원인 까닭에서다. 뒤이어 서초구 서초동 상지 리츠빌 카일룸 2차는 전용면적 244.3㎡에 공시가격 40억1600만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상지 카일룸 3차는 매물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다. 강남구 도곡동 소재의 마크힐즈는 전용면적 192㎡에 33억2000만원으로 공시가격 8순위에 올랐다.


대형 브랜드 마저 잇단 분양 굴욕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도심권 소재의 고급 빌라는 일부 물량에 한해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 중 갈아타기 수요가 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심 외곽의 고급빌라는 할인 분양을 해도 성과가 거의 없다”며 “전반적으로 고급빌라 분양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가 자사 이름을 내걸고 분양한 고급 주거단지도 분양 실적이 제각각 다르다. 지난해 대우건설이 강남구 도곡동에 신규 분양한 고급 오피스텔 ‘라보테가’는 상위 1%를 위한 오피스텔이라는 호칭이 무색케 반 년 동안 한 채도 분양되지 않는 굴욕을 맛봤다.


고급 주거 공간 분양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대우건설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라보테가’는 최고 분양가 53억원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고급 오피스텔 분양에 대한 관심은 싸늘했다. 따라서 대우건설이 당초 오피스텔 용도로 137채를 공급하려던 ‘라보테가’를 향후 오피스 용도로 설계 변경한다는 계획이 드러나기도 했다.


차별화 마케팅 일부 성공사례도


반면 한화건설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갤러리아 포레’의 분양은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 2008년 분양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분양이 이뤄져 90% 이상 완료된 상태다. 6월 입주를 시작하는 ‘갤러리아 포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에 위치해 있으며, 2개동에 233~377㎡ 아파트 230채로 구성됐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현재 펜트하우스는 다 팔렸다고 밝혔다. 저층 세대 일부만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는 것. 2008년 분양 당시 3.3㎡당 4325만원의 최고가로 화제를 모았던 ‘갤러리아 포레’는 프리미엄 주택으로 마케팅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금호건설이 시공한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 ‘한남 더힐’은 높은 보증금과 전세가격으로 시선을 끌며 최고가 임대 아파트로 자리 잡았다. 최고 보증금 25억원에 월 임대료도 429만원에 달한다.


‘상위 1% 부자들만의 커뮤니티’임을 내세운 마케팅 전략이 빛을 발한 ‘한남 더힐’은 청약 당시 51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 전환이 가능한 임대 주택이라는 점에서 더 높은 인기를 모았다.


도심 속 고급주택 수요가 환경이 쾌적한 신도시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새로운 고급주택 단지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은 판교 신도시. 서판교는 특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신혼 생활을 위한 저택을 마련한 지역이라 눈길을 끌었다. 대지면적 4297㎡에 건물면적 2644㎡의 어마어마한 규모로 이뤄진 이곳 저택이 정 부회장의 소유라는 소식이 입소문을 타자 주변 부동산 가격도 덩달아 뛰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정 부회장이 거주지를 이전한 후, 정용진 효과를 톡톡히 본 주변 지가가 오르자 서판교가 대기업 오너를 비롯한 고소득층의 새로운 주거 중심지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도 부상했다. 그러나 박상언 대표는 “실제 거래 동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짝 효과일 수 있다”며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서판교와 인접한 운중동 일대에는 SK건설이 시공한 ‘아펠바움’ 또한 눈에 띈다. 1, 2단지로 구성된 ‘운중 아펠바움’은 전용면적 455~518㎡ 총 28세대로 공급된다. 전 세대가 약 9487㎡의 대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분양가는 3.3㎡당 1900만원대로 알려졌다.


또한 운중동 산운마을에 들어서는 ‘산운 아펠바움’은 산운마을 1만9146㎡ 부지에 총 34가구로 이뤄진 타운하우스로 조성된다. 세대별 대지면적 330~596㎡에, 전용면적 176~310㎡로 구성됐으며 분양가는 30억원 후반에서 최고 80억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두 ‘아펠바움’의 분양을 맡고 있는 SK D&D 관계자는 “구체적인 분양률을 밝힐 수는 없지만 최근 분양 문의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판교 지역 고급주택 분양 실적이 미지수인 상황에서 최종 계약률은 두고 볼 일이다.


신도시지역 분양 봇물 성과 주목


LH공사도 서판교에 현대판 베버리힐스를 구현하겠다는 목표 아래 타운하우스 ‘월든힐스’를 분양했다. ‘월든힐스’는 127~224㎡ 규모 98가구의 1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미계약 물량이 3분의 1에 달해 외곽지역 고급주택 분양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판교 외에도 고급주택이 조성되며 주목 받고 있는 곳은 용인 동백, 화성 동탄, 파주 등의 외곽 지역이다. 김부성 소장은 “이 지역에 정통 타운하우스가 조성되고 있으나 분양률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용인 동백택지개발지구에 SK건설의 ‘동백 아펠바움’ 2차분 82가구가 분양 중이며, 화성 동탄 신도시에는 대우건설의 ‘동탄 푸르지오 하임’ 99가구가 분양 중이다. 둘 다 타운하우스로 각각 전용면적 192~290㎡, 140~221㎡로 구성됐다.


현재 타운하우스 물량은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다. 박원갑 부동산 1번지 소장은 “타운하우스는 워낙 고가인데다 수요층이 넓지 않다”며 “틈새 상품 성격이 강한데 지금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는 분양이 이뤄지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이 강조하는 부동산 자산가치를 판단하는 요소 중 환금성 부문에서 타운하우스는 약하다는 설명이다. 또 판교와 같은 신도시에서는 일부 수요가 형성되어 있지만 용인, 동탄은 수요가 공급을 따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유동성이 높은 주택 시장 호황기에 타운하우스로 주택 수요가 이동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어렵지 않겠나”라며 “시장 자체가 크게 형성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코노믹 리뷰 백가혜 기자 l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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