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오는 29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열리는 영국 왕위 계승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 양의 ‘로열 웨딩’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결혼식이 가져올 경기부양 효과는 어느 정도이며 침체에 빠진 영국 경제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번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은 30년 전인 19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빈과의 결혼식 당시와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저조한 성장률·살인적인 물가·높은 실업 등 경제적 환경이 악화되어 있다는 것과 막대한 관광수입이 예상된다는 것도 그렇다. 3월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4.0%, 소매물가지수(RPI)는 5.3%의 상승을 기록했고 ILO(국제노동기구)기준 3개월간 실업률은 248만명으로 7.8%에 달한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예상치는 1.8%로 여전히 저조할 전망이다.
하지만 1980년 당시에는 더욱 심했다. 실직과 파업이 절정에 달해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로 불렸던 이때 시중 RPI는 11.9%로 아프리카의 빈국 시에라리온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실업률은 80년 264만명으로 10.0%에 달했으며 GDP는 1981년 3월 31일 3.7% 감소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찰스 왕세자-다이애나빈의 결혼식이 열렸던 1981년 7월 당시 영국을 찾은 해외관광객 수는 143만명에 달했고 당시 3억7500만 파운드의 경제효과를 창출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던 영국 산업계에 단비 역할을 했다.
30년만의 ‘빅 이벤트’인 이번 결혼식은 해외방문객 225만명 안팎, 경제효과 12억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정부는 내년 개최되는 런던 올림픽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 기념행사까지 관광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관광진흥청인 ‘비짓브리튼(VisitBritain)’에 1억 파운드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내수경제 부양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리서치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조사 결과 영국 각지에서 56만명이 결혼식 기간 중 런던을 찾을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들의 지출에 따른 비용은 모두 1억700만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금까지의 왕실 결혼식은 격조 유지를 위해 지나친 관련상품의 마케팅을 자제하는 편이었으나 이번 결혼식은 그렇지 않다. 관광업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 전반에 결혼식 특수를 노린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버그컵·T셔츠 등 전통적인 기념품부터 케이트 양의 웨딩 드레스와 결혼반지와 유사한 의류·악세사리 제품, 심지어 ‘윌리엄-케이트’표 구토용 비상봉투와 콘돔 같은 ‘발칙한’ 상품까지 시중에 등장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영국 스마트폰 사용자 3분의1이 ‘로열웨딩’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소매업리서치센터(CRR)은 이번 결혼식에 따른 관련 산업 매출 규모가 2억2200만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비판적인 목소리도 만만찮다. 정부와 왕실의 주장만큼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반론이다. 결혼식 당일인 29일이 국가공휴일로 지정된 가운데 영국 최대 재계 단체인 영국산업연맹(Confederation of British Industry)은 영국 경제 전체가 휴무로 최대 39억 파운드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식적인 결혼 비용만 최대 1억 파운드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결혼식 자체가 너무 사치스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혼식 관련 산업 매출도 과대평가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영국 소매업체 관계자는 “명색이 영국 왕실 행사 기념상품인데 거의 다 중국제 일색이다”고 불만을 표했다. 영국 일간지 ‘글로브앤메일’은 주말까지 연휴로 수백만 명의 영국인들이 해외로 여행을 떠날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들이 지출할 비용을 감안할 때 ‘로열웨딩’ 관련 관광수입은 상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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