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가격 인상 도미노..중소형 조선사 타격 클 듯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철강업계가 철강제품 가격을 전격 인상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철강업종과 조선업종 주가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포스코가 오는 22일 주문물량부터 주요제품의 가격을 톤(t)당 16만원 인상키로 하면서 철강업종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반면 조선업종에는 부담이 되고 있는 셈이다.
20일 한국거래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열연, 냉연, 후판 등 주요 철강제품 가격을 톤당 16만원 인상하기로 결정하고 가격 인상안을 수요 업체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제품가격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비판여론은 물론 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을 의식해 차일피일 미뤄왔지만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 주가는 제품가격 인상을 전격 단행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포스코는 그동안 철광석 가격 강세와 국제유가 상승세의 영향으로 수익성 하락이 예상돼 주당 50만원선을 하회했다.
또다른 철강업종의 주가도 동반상승했다. 현대제철은 아직 인상가능성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이지만 결국 가격조정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제철 주가는 4거래일만에 반등에 성공 14만4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밖에 동부제철 2.54%, NI스틸 10.81%, 동국제강 0.92% 등 오름세를 기록했다.
김정욱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초 16만원 선의 인상이 예상됐지만 시행이 지연되면서 당초보다 인상 금액이 낮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며 "가격 인상 실시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엄진석 교보증권 연구원도 "내수가격 인상으로 1분기보다 2분기에 이익 모멘텀이 나타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들어 우상향 추세를 이어오던 조선업종 주가는 일제 하락세를 나타냈다. 대장주 현대중공업은 주당 55만원선을 눈앞에 두고 19일 하루에만 4.5%이상 낙폭을 기록하며 50만원대 초반까지 밀려났고 삼성중공업도 4%가까이 하락했다.
이날 낙폭은 잇단 선박 수주소식에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이 9000억원 규모 드릴십, 컨테이너선 등 수주에 이어 삼성중공업이 6600억원 규모의 드릴십 1척을 수주했다고 밝혔으나 낙폭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선업계는 후판이 선박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30%에 달해 당장 가격에 대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현재 남아있는 재고가 바닥나는 7,8월부터 가격인상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번 철강 가격 인상은 호주 홍수 사태로 철강석 등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해 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조선업계도 충분히 철강가격 인상을 수긍하고 있다"며 "앞으로 철강가격 인상분이 수주가격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철강가격 인상은 연초부터 이미 예상된 것이고 철강 가격 상승폭도 예측가능한 수준이었다"며 "호주 홍수 사태 복구가 마무리되는 3,4분기에는 다시 철강 가격이 안정화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 가격 인상이 단기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수주가격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철강제품가격 인상으로 선박 매출 비중이 높은 중소 조선사가 대형 조선사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후판 등 철강 원자재 대부분이 선박제조에 사용되기 때문에 선박제조 이외에 해양플랜트 등 다른 사업부문을 가지고 있는 대형 조선사의 경우 철강가격 인상 영향이 미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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