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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좀 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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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좀 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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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좀 더 보고 싶습니다

지난 주 ‘한복’으로 온 나라가 들썩했습니다. 훈훈한 소식으로 그랬으면 오죽 좋겠습니까. 아시다시피 한 특급호텔 뷔페식당에서 한복을 입은 손님을 거부하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인데요.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결국 호텔 대표가 직접 손님을 찾아가 사과를 하며 일단락이 지어지는 듯했지만, 벌써 해외토픽으로 보도되는 등 망신살이 뻗쳤더군요. 그러나 사실 저 역시 줄잡아 이십 년 이상 한복을 홀대해온 입장이라 가슴 한편이 뜨끔했어요. 집안 결혼식 때가 마지막인지, 아니면 아이 유치원에서 입고 오라 했던 것이 마지막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 합니다. 언젠가 KBS <미녀들의 수다>에 나온 외국인이 우리나라 홍보 영상에서 보고 감탄했던 그 아름다운 한복들은 대체 어딜 가면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역시 가슴 찔려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또한 한참 오래 전의 일이네요. 저부터라도 가끔은 한복을 입어야지 하는 다짐을 했었으나 몇 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실천에 못 옮기고 있었으니 반성이 될 밖에요.


<미인도>, 왜 이렇게 변했는지 안타깝습니다


한복을 좀 더 보고 싶습니다 새 MC 양승은 아나운서(왼쪽)까지 영입했지만 <미인도>의 변화가 영 달갑지만은 않네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MBC 드라마넷 <미인도>를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MC가 한복을 입고 진행하는 토크쇼였으니까요. 매번 명절이면 각 방송사마다 연예인들이 형식적으로 한복을 입고 우르르 등장하긴 하지만 <미인도>처럼 제대로 한복을 갖춰 입고 진행을 해온 경우는 TV 역사상 드물지 싶습니다. 게다가 MC 여러분의 한복 매무새를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했었죠. 엄정화 씨를 비롯한 여러 초대 손님들이 극찬한 바 있지만 특히 영부인(이영자)의 한복 입은 자태는 참으로 출중했습니다. 아마 이영자 씨 스스로도 이 프로그램 출연 전에는 모르고 지냈던 부분이지 싶어요. 그런가하면 나부인(나경은)의 약간은 어설픈 듯 풋풋한 새댁 같은 모습도 좋았고요. 은부인(김지은)의 정갈하니 반듯한 쪽머리도, 명쾌한 조언자 방부인(방현주)의 중국 복색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지난주부터 웬일인지 <미인도>에서 한복이 사라졌더군요. 오늘은 어떤 한복을 볼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는 거 아닙니까. 난데없이 종영한 MBC 드라마넷 <삼색녀 토크쇼> 분위기를 풍기는 토크쇼가 되었더라고요. MC들이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 초대 손님에게 대접하는 거 하며 손님이 춤을 선보이면 MC가 따라 추는 등, 여느 토크쇼와 다를 바 없는 소재들로 채워져 몰개성 토크쇼가 되어 버린 겁니다. 어찌나 안타까운 일인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한복을 좀 더 보고 싶습니다 초대손님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설득력 있는 진단까지 내리던 김지은 아나운서의 부재가 아쉽네요.


시청자 입장에서 더 아연했던 건 은부인 김지은 아나운서의 예고도 없는 하차였어요. 그날의 초대 손님은 한이 담긴 이야깃거리를 소재로 들고 나오고 손님의 하소연을 다 들은 후 내리는 설득력 있는 은부인의 심리 진단이 <미인도>를 보는 재미 중 하나였거늘 왜 그 좋은 코너를 없앴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인사까지는 아닐지언정 시청자에게 언질 정도는 줘야 옳지 않나요? 내부 방침이니 손님은 국으로 따르시라했다는 모 호텔의 고자세와 무에 다른지요. 방송사나 대기업이나 사람의 마음을 염두에 두지 않는 점에서는 도토리 키 재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매 녹화 적마다 한복 조달에 어려움이 있었을 수 있어요. 격식을 갖춘, 품위 있는 한복을 협찬 받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예요. 또한 빌려 입은 고가의 한복을 입은 채 장시간 녹화를 하느라 이래저래 불편을 겪었을 MC들의 심정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닙니다. 설사 그렇다 해도 아쉽고 또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네요. 하지만 그래도 작년 11월부터 무려 반년 간 험난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 애써온 <미인도> 제작진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올립니다. 불현 듯 김지은 아나운서의 마치 정경부인 같이 단아하던 자태가 그리워지네요. 김지은 아나운서도 그 동안 애 많이 쓰셨어요. 고맙습니다.


한복을 좀 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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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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