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준영 인턴기자, 오주연 인턴기자] '대한민국 방어벽'인 공무원들은 낮ㆍ밤을 가리지 않았다. 이들은 이웃인 일본에 엄습한 대재앙을 정면으로 주시하며 등 뒤에 있는 국민을 떠올렸다.
지난 16일 밤 11시께,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 외교통상부 13층 '일본 지진ㆍ해일 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 종합상황실 앞에서 만난 민동석 본부장(외교통상부 제2차관)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긴급회의를 막 끝낸 뒤였다. 일본에 초대형 여진이 끊이지 않고 방사능까지 누출돼 우리 교민들의 '일본탈출' 러시가 고조되는 마당에 '정시 출퇴근'은 있을 수 없다.
민 차관은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바로 대책본부를 꾸리고 긴급회의를 열었다"면서 "당시 회의 직후 외교부 동북아시아국, 국제기구 기획조정실, 대변인실 등 실국을 망라한 대응체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대책본부는 지금까지 현지에 구조견 2마리와 구조대원 107명을 긴급 투입했다. 일본 동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은 약 1만1000명. 대책본부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피해 상황을 파악중이지만 아직 바닷물이 안 빠지거나 방사능 누출 때문에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아 구체적인 파악은 잘 안 되고 있다.
민 차관은 "현재 대책본부는 주일 한국대사관은 물론 모든 주재공관에 개별 대책본부를 구성했고 관 뿐 아니라 민간 유학생회, 기업 지사 등과 협력체계를 긴밀히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물자지원 문제도 일본과 꾸준히 협의 중인데 일본 측은 모든 지원이 가급적 정부를 통해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이뤄지길 원한다"면서 "모든 국민의 정성이 원활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날 대책본부는 백주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장, 김재우 외교부 대변인실 서기관 등 약 30명이 함께 지켰다. 자정이 다 돼서 늦은 저녁을 먹은 민 차관 등은 다음날 새벽 2시께 당직자 6명을 남기고 겨우 퇴근했다.
앞서 지난 14일 밤 10시30분께 서울 동작구 기상청 관측기반국엔 또 한 차례 '쓰나미'가 몰려왔다. 센다이 동남동쪽 155km, 북위 37.60, 동경 142.30 지점에서 이 날 기준 21번째 여진(강도 6.2)이 터졌다.
'지진이 또 발생했다'는 속보가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자 유용규 지진감시과 사무관은 "저희는 이 소리를 들을 때 가장 긴장된다"면서 "지척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우리도 안심 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늘 신중해진다"고 했다. 유 사무관은 닷새 째 집에 못 갔다.
기상청 입사 5년차인 지진해일분석반 이근수씨는 전화도 잘 못 받아가며 밤 새 기상 관련 모니터를 주시한다. 그는 "일본에서 지진이 감지되면 팩스ㆍ이메일ㆍ휴대전화SNS 등으로 수 백개 매체에 상황을 전해야 한다"면서 "부담이 크지만 그래도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과와 예보국이 있는 기상청 4층에는 이 날 약 20명이 남아 밤을 새웠다. 평시보다 철야 근무자가 6~7명 늘었다. 이 체제가 언제 바뀔 지는 아무도 모른다. 박영주 기상청 대변인실 주무관은 "'방사능 국내상륙' 괴담이 어디에서 시작된 건지 모르겠지만 이 것 때문에 비상이었다"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기상청이 밝혔는데도 일부에서 '너희 말은 못 믿겠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보시다시피 매일 수 십 명씩 불철주야로 일을 한다"면서 "너무 원색적인 비난을 받을 땐 서운하기도 하지만 '안심되는 소식을 듣고 국민이 한 시름 놓았다'는 칭찬을 들을 땐 기분이 매우 좋고 자긍심도 느껴진다"고 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정준영 인턴기자 foxfury@
오주연 인턴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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