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은행권의 무분별한 외형확대 경쟁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들여다보겠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몸집불리기 경쟁에 나서고 있는 은행권에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국내 은행장들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최근 국내외 경제 불안요인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은행들이 고객 유치를 위한 무분별한 외형 확대 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김 금감원장은 이날 "IMF외환위기 당시 금융구조조정 추진을 위해 169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87조원이 은행부문에 투입됐다"며 "은행시스템이 붕괴되면 복구하는데 천문학적 비용이 들었던 만큼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 신속한 안정화 조치에 나선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국의 유례없는 전방위 지원으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비로소 해소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은행 올해 경영계획 및 상반기 성과지표를 보면 영업강화 등 치열한 외형경쟁이 예상되는데다 최근에는 기업대출 유치를 위해 순이자마진, 수수료 수입을 희생하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금감원장은 은행이 자산규모를 확대할 경우에는 그에 걸맞는 리스크 관리계획을 사전에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질적 변화가 없는 양적 경쟁 확대는 무모한 치킨게임에 불과하다"며 "은행간 외형경쟁이 심화돼 금융위기가 재발하면 극복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특히 사외이사 선임절차를 공시하는 등 공정성 제고 방안을 주문했다.
그는 "앞으로 은행 종합검사때 CEO리스크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은행도 체계적인 경영진 후계자 양성프로그램 운영, CEO 자격기준 수립, 사외이사가 경영자를 적절하게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감사 기능이 미흡할 경우에는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날로 증가하고 있는 가계대출 규모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가계대출 증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금리변동성을 완화하면서 대출기간중 원금도 단계적으로 상환받는 구조로 전환해달라"며 "불확실성 해소를 통한 은행의 대내외 신뢰도 제고 등을 위해 부실채권을 적극 정리하고, 추가 부실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에 보다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사철을 맞아 가중되고 있는 전ㆍ월세 자금난 대책 마련도 독려했다.
김 원장은 "최근의 일시적 전ㆍ월세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권이 주택임차인에 대한 자금지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금감원은 은행의 자금 지원 활성화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임차보증금 담보대출 등을 포함한 제도와 관행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데 은행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에서 전세자금난을 겪고 있는 저소득 서민을 위한 맞춤 전ㆍ월세자금 대출상품을 적극 개발해 달라"며 "전ㆍ월세자금 수요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대출상품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홍보 강화에도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조찬간담회에는 민유성 산업은행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민병덕 국민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 하영구 씨티은행장, 리차드 힐 SC제일은행장 김한 전북은행장,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보, 양현근 금감원 은행서비스총괄국장 등 은행권 CEO와 금융당국 관계자 18명이 참석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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