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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코닝, 6년간 노숙인 88명을 인문학도로 변신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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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코닝정밀소재, 성공회다시서기센터 지원으로 꿈과 희망 기부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모나지 않은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16일 서울 성공회대 성미가엘성당에서 열린 노숙인을 위한 성프란시스 대학 인문학 과정 6기 졸업식에서 노숙인 대학생 김철호(54,가명)씨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들려준 다짐이다.

술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보내며 노숙인생활 3년째에 접어든 김씨에게 어느 날 뜻밖의 일이 생겼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 노숙인센터를 찾은 김씨에게 한 센터 직원이 인문학 강의를 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 것이다.


김씨는 "인문학을 배우면 밥이 나오냐"며 거절을 했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이 이내 그를 붙잡았다.

결국 지난해 3월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 6기 대학생으로 수업을 받게 되면서 김씨에게 제 2의 인생이 시작됐다.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과정은 미국의 빈민교육활동가인 얼 쇼리스의 클레멘트 코스를 벤치마킹 한 국내 첫 사례로, 인문학을 통해 노숙인의 자존감회복과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교육 과정이다.


얼 쇼리스는 지난 1995년부터 맨해튼에서 노숙자, 전과자, 마약복용자를 대상으로 소크라테스식 교수법을 활용하여 성찰적 사고와 자율적 판단을 도모한 빈민교육 활동가다.


이 인문학 과정은 최근 일고 있는 인문학 열풍을 주도해 서울시에서도 이 과정을 벤치마킹하여 2008년부터 인문학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9월 삼성코닝정밀소재와 성공회 다시서기지원 센터가 함께 국내 최초로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과정을 개설한 이래, 지난 6년간 모두 88명의 인문학도를 배출했다.


노숙인에게 잠자리와 밥이 아닌 실질적인 자활을 돕기 위해 개설된 성 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은 철학과 예술사, 글쓰기, 한국사, 문학 등 5개 과목으로 1년간 진행된다.


수업은 서울대 안성찬 교수를 비롯한 국내 저명한 5명의 교수진으로 구성됐으며, 삶의 여유를 찾게 해주고, 타인에 대한 믿음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음악회와 미술전시회, 유적지 탐사와 같은 문화체험도 병행해서 진행됐다.


14명의 졸업생 중 유일하게 여성인 박미선(33, 가명)씨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글쓰기 시간이 가장 좋았다" 며 "무료급식소에서 공짜 밥을 줘도 먹을 수가 없어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거든요." 라고 당당히 말했다.


인문학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다시서기센터 소장 여재훈 신부는 노숙인 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 하루를 유지하기 위한 밥 한끼와 따뜻한 의복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통해 그들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노숙인 14명을 대상으로 열린 이 날 졸업식에는 삼성코닝정밀소재 이헌식 사장, 성공회대학교 양권석 총장, 김성수 주교, 다시서기지원센터 소장 여재훈 신부, 교수진과 이미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 등 총 100여명이 참석해 노숙인 인문학도들의 희망찬 시작을 함께 하였다.


삼성코닝정밀소재 이헌식 사장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이제까지는 자선활동에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앞으로는 소외계층이 자활할 수 있도록 해 사회에 적응하고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며 " 지난 6년간 후원해 온 인문학 과정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겠다" 고 축사를 통해 말했다.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은 2월부터 3월까지 7기생을 선발하고, 지속적으로 노숙인의 실질적인 자활을 돕는 거리의 인문학 나눔을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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