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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배추값에 놀란 가슴, 양배추로 달래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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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배추값에 놀란 가슴, 양배추로 달래려다 ▲오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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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만원 짜리 지폐를 '배춧잎'이라고 부르던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됐다. 온라인에는 급등한 채소가격을 두고 "고기에 상추를 싸먹겠다"는 풍자도 넘쳐난다. 김장철을 앞두고 주부들의 한숨만 깊어 간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양배추 김치를 먹겠다"고 밝힌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배추값 폭등에 시름하는 국민들을 다소나마 위로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같은 날 하나로마트에서 양배추는 배추만큼 비싼, 한 통에 9590~1만원에 판매됐다. 대통령의 '물가 불감증'에 대한 서민들의 서운함은 밤새 인터넷을 달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민들의 한숨은 풍자를 넘어 성난 불만으로 변하고 있다.

냉정함을 찾을 필요도 있겠다. 농산물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10년만의 사태'로 규정하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이상기후로 봄철 냉해가 발생했고, 무더위는 9월까지 이어졌으며, 태풍까지 덮치면서 농작물 작황이 심각한 상황에 달했다는 것이다. 실제 여름 배추를 생산하는 강원도 고랭지 밭은 평년 100포기에 달했던 생산량이 올해 30포기로 70%가량 급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달 말께부터 전국에서 배추가 다시 공급되면서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되면 가격이 많이 낮아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는 점이다.


"무릇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 임무가 사계절을 살펴서 농사가 잘되게 하는데 있고, 그 직분은 곡식창고가 가득차도록 하는데 있다." 사자성어 '관포지교'의 주인공 관중이 지은 책 '목민'의 한 구절이다.


'의식주'를 가벼이 여기면 어떤 위기가 찾아오는지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아야 한다. 나아가 배추 등 채소값 폭등의 근본적인 원인규명과 함께 대책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이번 가격 폭등을 노린 비양심적인 유통업자도 발본색원해야 한다.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국민의 삶을 편하게 하는 것이고, 그 요체는 먹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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