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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투자자들이 ‘은근히’ 오자와 편을 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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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차기 일본 총리를 결정할 집권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장 투자자들이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이 더욱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주장하는 오자와 전 간사장의 당선을 바라는 분위기라고 전하면서 만약 오자와의 도전이 성공할 경우 특히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는 여론 지지율 67%의 간 나오토 총리(菅直人)가 23%의 오자와 전 간사장보다 유리한 모습이다. 하지만 경선에서는 지방의원과 당원들의 득표보다 전체 투표권의 3분의 2를 가진 국회의원들의 영향이 더 크다. 이를 감안했을 때 간과 오자와 어느 진영도 우세를 장담하기 어렵다.


현직 총리와 당내 실세의 격돌로 관심을 모은 이번 경선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서로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경제 대책이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2조엔(27조5000억원)의 경기부양책 실시, 무이자국채 발행, 엔고 대응을 위한 외환시장 개입 등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를 공언하고 있다.

반면 간 총리는 재정 안정을 위해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쌓인 상황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무리이며 외환시장 개입 역시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시장에는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공언한 오자와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정계와 재계의 최대 현안인 엔화 강세에 있어서도 둘의 목소리는 비교된다. 간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 모두 “필요시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오자와 간사장 쪽의 목소리가 더 크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주 15년래 최고치인 달러당 83.34엔을 기록했고 이날도 84엔 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경제가 지난 2분기 1.5% 경제성장률 달성했지만 엔고(高)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 수출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고, 이로 인한 수출주 부진은 증시의 발목을 잡게 된다.


물론 정부가 개입한다고 해도 국제 사회의 공조 없이 일본 단독으로는 별반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도 자국 수출을 늘리기 바쁜 상황인데다,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선언을 어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일본 씨티은행의 다카시마 오사무 수석 외환 스트래티지스트는 “만약 오자와가 총리에 오른다고 해도 현재 간 총리가 고심하는 이 같은 상황을 그대로 만나게 된다”며 “결국 통화정책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 보다 적극적인 정부 개입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욕구 충족 측면에서는 오자와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일본 국채 시장은 오자와의 재정확대 정책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오자와가 당선돼 경기부양에 나설 경우 국채 발행량이 늘어 수익률도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2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오자와가 경선 도전을 선언한 지난달 26일의 1.53%에서 가파르게 상승해 이달 10일 1.92%를 기록했다. 같은 날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0.035%포인트 오른 1.155%였다.


도이체증권의 야마시타 마코토 일본 국채 스트래티지스트는 “오자와가 당선되면 국채수익률 곡선이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며 “국채 20년물 수익률은 2.1%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4월 이후 19% 하락하며 침체에 빠진 주식시장도 오자와가 당선되고 엔화 강세가 진정될 경우 수출주 상승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선 이후에도 모든 문제가 완벽히 끝나지는 않는다. 오자와가 당선된다고 해도 20% 정도의 낮은 대중 지지율 때문에 조기 총선 위기에 몰리는 등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간 총리가 승리할 경우에도 ‘집안싸움’ 때문에 당내 입지가 축소되고 경제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분당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누가 총리가 되건 정치적 안정을 찾는 게 최우선이라는 점은 투자자와 일반 시민들 모두 동의하고 있다. 코스모증권의 호리우치 도시카즈 스트래티지스트는 “정부 정책이 투자자들의 믿음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엔화강세는 해결될 수 없다”며 “적어도 경선이 끝나면 누군가 정책의 방향타를 잡는다는 점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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