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서해안을 중심으로 과수와 비닐작물 등이 큰 피해를 입었다. 가뜩이나 농산물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터여서 '업친데 덥친 격'이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어제 '추석 민생과 서민물가 안정 방안'을 내놓았다. 제수품을 비롯해 주요 성수품 가격을 집중 점검하고 공급량을 늘려 수급 안정을 기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과 불공정행위 집중단속, 할당관세 추진, 공공요금 인상 제한 등도 들어있다.
정부 대책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개월째 2%대의 안정세라지만 무 배추 등 신선식품이 뛰기 시작한 것은 이미 봄부터다. 주요 원자재를 비롯한 수입물가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기상 이변으로 인한 '에그플레이션'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손 놓고 있다가 추석을 앞두고 의례적으로 물가대책을 발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용도 새로울 게 없다. 성수품 선정 특별 관리, 제수용품 공급 확대, 농축수산물 의무수입물량 조기 도입, 가공식품 관세율 인하 등은 매년 되풀이 되는 단골메뉴다. 공공요금 인상 제한, 저가주유소 확산, 가격표시판 개선 등도 이미 지난달에 나온 것의 재탕이다. 이상 기후로 인한 농작물의 작황 부실과 해외요인 등이 겹쳐 뾰족한 수단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너무 안이한 접근 아닌가.
중장기적으로 산업별 독과점 구조를 개선하고 보건, 의료, 통신, 교육 등 민생 분야의 진입 규제를 정비해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로 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유통구조 개선과 가격 정보 공개 등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아직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세부 실행 계획은 없는 상태다. 자칫 말에 그칠까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대돼 현재 2%대인 소비자물가가 연말이면 3%대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는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여간해서는 내림세로 돌아서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있다. 물가 상승에 선제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이벤트성 물가대책이 아니라 일년내내 상시적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미리 미리 대비해야 한다. 물론 당장은 태풍의 후유증의 최소화하면서 추석물가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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