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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포럼] 인사청문회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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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부터 8ㆍ8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후반기를 이끌어갈 국무총리, 장관, 경찰청장 및 국세청장 후보자 등 10명을 대상으로 청문회가 한창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인사청문회란 본래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공직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국회가 검증해 적격 여부를 표결처리하거나 경과보고서로 제출ㆍ채택하는 제도다. 2000년 6월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병역기피 등과 같은 의혹들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면서 많은 공직후보자들이 허망하게 물러났다. 김대중 정부에선 장상ㆍ장대환 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고, 노무현 정부의 김병준 교육부총리,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이 사퇴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4명의 공직후보자가 이미 낙마했다.

이처럼 인사청문회는 지난 10년 동안 그 필요성과 의미가 부각되는 결과들을 많이 도출했지만 아쉬움 또한 적지 않았다. 여야가 청문회에서 정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시종일관 대립각을 세워 전투태세를 갖추면서 공직후보자들을 정략적으로 흠집 내고 망신을 주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아니면 말고'식으로 근거가 확실치 않은 의혹을 무책임하게 제기하는 등 소모적인 정치적 공세를 펼치곤 했다. 마치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먼지떨기 경연대회인 양 과거의 허물만 따지는 여론전에 매달렸다. 공직후보자 검증은커녕 '청문회 스타(?)'가 되고픈 분들에게 '한 건' 하려는 기회를 주는 장이 되고 만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번에는 다르겠지 기대했던 국민의 희망과는 달리 또다시 비슷한 양상이 여지없이 되풀이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공직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의 도덕성은 언제나 철저하게 검증돼야 한다. 다만 도덕적 이슈나 비리 의혹 등은 확실하게 따지되 후보자의 능력, 자질, 업적, 비전 등도 골고루 살펴봐서 적임자를 선별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인사청문회가 돼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인사청문회는 도덕성 검증에만 지나치게 치우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정작 중요한 정책 검증이 뒷전으로 밀려나 청문회 본연의 역할이 퇴색할까 걱정이다.

행정부의 고위공직자는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운영을 훌륭하게 수행해야 할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리라 할 수 있다. 물론 '흠결 없는 청백리가 이렇게 없나' 하는 아쉬움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완벽한 조건을 모두 갖춘 무결함의 철인을 찾기 힘들다면 최소한의 도덕과 그 일에 요구되는 필수적인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찾아야 한다.


공직후보자를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등용해 성공한 사례는 많다. 구국의 영웅 이순신은 1587년 여진족 침입으로 패퇴해 백의종군을 하게 되었는데 그의 등용에 대해 파당이 나뉘어 강력하게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성룡의 천거를 선조가 받아들여 정읍현감에 이어 전라좌도수군통제사가 됐다. 이순신의 패전만을 기억하고 그의 능력을 꿰뚫어보지 않아 등용되지 않은 상황은 생각만 해도 아찔할 따름이다. 장영실의 등용도 좋은 예다. 기생의 소생에게 관직을 줄 수 없다고 외쳐대던 중신들의 반대를 세종대왕이 뿌리치고 중용하지 않았다면 조선의 과학기술 발전은 오랫동안 정체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도덕성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청문회가 도덕성을 빌미로 흠집 찾기에만 골몰해 운영된다면 이순신, 장영실 등도 청문회의 덫(?)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직후보자의 정책, 철학, 소신, 자질, 능력 등을 보다 철저히 검증하는 인사청문회 본연의 기능과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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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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