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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소리가 소음성 난청을?

[아시아경제 강경훈 기자] 더운 여름 나무 그늘 밑에서 듣던 매앰~매앰 우는 매미소리는 지친 몸을 달래주는 청량음료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그 개체수도 늘고 낮같이 밝아진 도심 밤 풍경은 매미가 자야할 시간인지 울어야할 시간인지 헷갈리게 한다.


살림살이가 각박해졌기 때문인지 열대야, 폭염으로 생활리듬이 깨졌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매미소리도 짜증을 일으키는데 충분히 한 몫을 한다.

매미소리라고 알고 있는 ‘매~앰 매~앰’ 대신 ‘찌르르~~’하고 더 크게 우는 것은 말매미다. ‘매~앰’하고 조곤조곤 속삭이듯 우는 매미는 참매미다. 매미 울음소리의 소음 수치를 측정해 보면 대략 70~90dB(데시벨)이 나온다. 지하철 소음, 꽉 막힌 차도 소음과 맞먹는 수치이다.


매미 울음소리는 일정한 음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사이렌 소리와 같이 커졌다 작아지는 특징이 있다. ‘매~앰’에 걸리는 시간은 약 0.7초. 변조가 생기면 단순한 소리를 들을 때보다 감정의 기복이 더 생기게 된다.

매미 울음소리는 3000~5000Hz(헤르츠)다. 고주파(높은 소리) 영역에 해당한다. 고주파 영역은 크기가 작아도 사람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음역대다.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는 매미소리도 귀에 쏙쏙 잘 들어오는 이유다.


매미가 쉴 때 내는 지속적인 낮은 음도 충분히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찌~이~익’ 하고 내는 울음소리의 주파수는 20~24Hz. 이는 뇌파 중 베타(β)파의 높은 대역에 해당한다. 베타파는 뇌가 각성상태에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생하는 뇌파로 매미 소리를 계속해서 들으면 뇌가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사이렌 효과, 높은 음역대, 지속적인 낮은 소리 등 매미 울음소리는 짜증을 돋구는 3박자를 고루 갖춘 셈이다.


특히 높은 음역대는 소음성 난청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귀의 달팽이관에는 특정 높이의 소리에만 반응하는 털모양의 세포(유모세포)가 있다. 소음성 난청이 생기면 4000Hz 정도의 높은 소리에만 반응하는 유모세포부터 손상된다.


늘어나는 매미를 일일이 없앨 수도 없고, 매미를 재우기 위해 밤에 불을 끌 수도 없는 노릇. 하나이비인후과 남지인 원장은 “매미 소리 때문에 밤에 잠을 잘 수 없다면 귀마개를 하는 것이 조금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귀마개는 소음을 10~15dB 정도 감소시켜 준다.


매미는 약 6년간을 땅속에서 굼벵이로 살다가, 허물을 벗고 나무 위로 올라와 열흘 남짓 산다. 매미 울음소리는 그 열흘 동안에 종족 번식을 위해 짝을 찾는 구애의 소리다. 생존을 위한 경쟁 때문에 한 마리가 울면 나머지 매미들이 따라 울게 된다. 매미 울음소리는 매미에게는 사랑의 세레나데지만 매미와 함께 여름을 나야 하는 인간에게는 건강을 해치는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강경훈 기자 k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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