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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건설사 오너의 고백 "은행들 몰려올 때 조심했어야.."

[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 "믿기지 않는다. 애지중지 키워온 회사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 중견 주택전문 건설사 오너가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심경을 털어놓았다. 여느 실패담과 비슷한 말들이 나열됐지만 나즈막히 떨리는 음성에서 그의 쓰디쓴 속내는 확연히 드러났다. 그는 "그때 그렇게만 하지 않았어도, 실속을 챙겼어도 회사가 부도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되뇌였다.


4년전만해도 이 회사는 소위 '잘 나가는' 주택업체로 통했다. 그도 그럴것이 최고의 로또신도시로 불리던 판교에서 1100가구가 넘는 대형 아파트단지를 성공적으로 분양한 덕에 '현금을 많이 소유한 건설업체'로 이름을 날렸다. 비슷한 시기에 판교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가장 분양받고 싶은 아파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5㎡는 75가구에 15만5509명이 몰려 2073대 1이라는 경이적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호사다마(好事多魔)일까? 회사 인지도가 높아지고 경영상태가 최상을 기록한 이후가 문제였다. 그는 "그때 멈췄어야 했다"고 말했다. 큰 사업장이 잘 마무리됐을 때 숨고르기를 하며 전후좌우를 살폈어야 했다는 것이다.


"잘되니까 은행들이 난리더라. 경쟁적으로 찾아와서 대출받아가 달라고 찾아올 정도였다." 프로젝트에서 성공적 결과를 거두자 회사의 미래 성장성을 높이 보고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자금지원을 해주며 사업을 벌이도록 했던 것이다.

때마침 그는 아들에게 회사경영을 넘겨줬다. 이쯤 일으켜놨으니 잘 굴릴 수 있겠지 하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2세 경영인은 금융권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벌였다. 서울과 수도권 등지에서 여러곳의 사업장을 따냈다. 덕분에 회사의 몸집은 더욱 커졌다.


경영위기는 이때 찾아왔다. 얼마 가지 않아 닥친 세계적 금융위기는 높은 언덕에 오른 회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곳저곳에서 돈이 새나갔다. 서울 사업장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 분당에서는 상가로 사기를 당해 200억원 가까이 물렸다." 그의 감정은 격해졌다. "무엇보다 서울의 한 사업장이 결정적이었다. 허가 받는데만 4년 이상 걸렸는데 회삿돈 400억원은 물론 대출금이 2400억원 넘게 들어갔다. 사업을 시작하려면 앞으로도 더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회사가 성장했다지만 천문학적 대출금 이자를 갚아나가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더구나 이 사업장은 대부분 50평대가 넘는 규모의 주택으로 계획돼 대형주택이 외면받는 시점에 분양시기조차 잡기 어려웠다. 분양 성공가능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으니 금융기관들은 추가 사업비 대출을 끊기 시작했다. 자금압박이 강해진 것이다.


그가 일으킨 주택건설회사의 부도는 그래서 파국을 맞았다. "이젠 손쓸 도리가 없다.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위해 준비중"이라는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작은 기업으로서 하나씩 하나씩 (프로젝트를) 완성시켜 나가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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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호 기자 s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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