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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지하실에 비밀 우물이.. 그 용도는?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우리 회사 지하에 우물 있는 거 알아?"


4개월 전 동화약품에 입사한 김보선 주임은 선배로부터 놀라운 말을 들었다. 회사 지하실에 우물이라니. 게다가 이 우물에서 물을 퍼 소화제 '활명수'를 만들었다는 말에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김 주임은 "도시에선 찾기조차 힘든 옛 우물터가 시내 한복판 회사 건물 안에 버젓이 남아있다니. 회사의 오랜 전통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동화약품 본사 지하 보일러실을 찾았다. 보일러실 왼쪽 벽면에 난 60cm가량의 틈으로 우물의 외형이 보였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볼 수 있을 정도의 높이였다.

"사다리에 너무 가까이 올라서지 마세요. 잘못하면 빠질 수 있습니다." 사다리에 엉거주춤하게 올라서 우물 안을 들여다보던 기자에게 이 회사 주영환 부장이 말했다. 폭 90cm, 깊이 4.5m 가량. 바닥이 어딘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우물 안은 어두웠다. 플래시를 비춰보자 저 아래 말라버린 바닥이 보였다.


"회사가 1897년 설립된 후 1940년까지 이 곳 우물에서 물을 길어 활명수를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1950년대 주변에 도시개발이 이뤄지면서 물이 말라 버렸다고 합니다."


현재 이 회사 직원 중 '살아있는 우물'을 본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최고참인 조창수 대표이사가 1969년 입사인데 우물은 1940년에 사용 중지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동화약품의 역사가 오래됐음을 나타내는 방증이다. 동화약품은 기네스 공인 우리나라 최초의 제조업체다.


흥미로운 사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물물로 만든 활명수는 국내 최초의 '양약'으로 일제 강점기 때 큰 히트를 쳤다. 동화약품은 활명수를 팔아 큰 돈을 벌었고, 그 중 일부를 독립자금으로 임시정부에 비밀리에 보냈다.


활명수가 국민의 건강과 나라의 독립에 기여한 사실은 나름 유명하나, 그 뒤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한 우물은 별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근대화 과정에서 용도 폐기된 우물은 콘크리트 더미에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었지만, 동화약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회사는 순화동 터를 창립 이래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 1966년 건물을 신축할 때도 우물에게 작은 공간을 배려해 지금에 이른다.


'옛 것'이라면 국내 어떤 기업보다도 많은 동화약품. 그들이 '살짝' 흉물스러워 보이는 우물까지도 품고 가려는 이유는 뭘까.


입사 2년차 정희돈 대리는 "우물은 동화약품의 창업정신을 보여주는 수많은 상징물 중 하나"라며 "후배들에게 남겨줄 회사의 역사이자 자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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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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