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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印 농산물 생산·유통 '조용한 개혁'

[아시아경제 이선혜 기자] 비닐봉투로 만들어진 해충 잡이 덫과 플라스틱 묘판에서 재배중인 모종. 우리에게 낯익은 농사 기법이지만 적어도 인도에서는 다르다. 이 모든 것이 월마트에 의해 새로이 도입된 기술 혁신인 셈.


2009년 인도에 진출한 이래 월마트는 인도 정부의 자국 유통산업 보호 정책에 막혀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12억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월마트는 인도의 농업 생산 및 유통부문 개혁에 나섰다. 월마트는 인도의 전통상품부터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지만 식료품 부문의 잠재 가치를 높이 본 것. 질 좋고 값싼 농산품을 확보하기 위해 월마트는 인도 농가를 통한 직구매는 물론 생산성 제고를 위해 농업 기술 개선에도 팔을 걷었다.


일단 농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농산품 생산량이 증가했고, 안정적인 판로 확보는 물론 지방 도매상에 판매하는 것보다 5~7%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월마트가 농산품을 직접 배송하기 때문에 운송비가 전혀 들지 않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인도 펀자브 주 하이데르 나가르 마을의 농부 압둘 마지드는 "월마트의 조언대로 비료를 선정해 적정 시기에 살포한 결과 소출이 약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근처 농가의 모하매드 하니프는 "월마트와 거래하기 이전에 1~2개 업체와 거래했지만 한 업체는 도산한 반면 다른 업체는 물품대금을 늦게 지급하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월마트와 거래하면서 안정적인 판로는 얻게 됐다"고 반색했다.


이러한 농가 반응에도 불구, 월마트가 농업부문을 통한 소매시장 확장까지 많은 어려움이 놓여있다. 운송상의 어려움으로 과채류의 35%가 손상돼 폐기처분 되는가 하면 인도 정부의 농가 농산품 매입 제한 등을 비롯한 자국 유통시장 보호 정책으로 시장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타타그룹의 랄리스 인디아 회장은 "단기에 인도 소매시장의 혁명을 이룰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월마트의 라지 자인 인도영업장은 "단독 법인으로 인도 소매시장에 진출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애요소"라고 밝혔다. 월마트는 당초 소매판매를 목적으로 인도 진출을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무산돼 현재 도매상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월마트가 1990년대 진출한 중국과 멕시코, 브라질 등지의 상황과 대비된다. 이들 지역의 체인점은 이미 수백 개에 달한데 비해 인도에서는 현재 합작사로 1개의 도매점이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1~2개 도매점 개점 계획이 있으나 이를 포함해도 상당히 큰 격차다.


소매 유통 부문 규제 등으로 인도의 식료품 물가는 높은 수준이다. 지난 1월 식료품 가격은 20% 급등했다. 이에 인도 지도층은 소매 유통부문 개방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로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최근 월마트처럼 제휴 업체에 25%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도매업체를 규제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국의 거점이 될 12억 인도시장에 대한 월마트의 집념은 쉽게 포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운송중 과채류 손상을 막기 위해 유통센터내 200km 지역의 소매점에 한해서만 과채류를 공급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의 라지 자인 인도영업장은 "펀자브 주와 하르야나 주에서 협력 농가와 도매점을 확대한 이후 다른 인도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낙관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이어 "인도 농업부문에서의 실험이 경제적인 효과로 이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그렇게 된다면 다른 국가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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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혜 기자 shlee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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