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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들 옥죄는 '외상담보대출'..도대체 뭐길래 ?

"돈 갚으라고 하는 곳, 돈 줘야 할 곳도 은행..346개사들 줄도산 위험"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하 외담대) 때문에 졸지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공사해줬지만 4개월째 돈도 못 받고, 원청업체(월드건설)가 갚아야할 대출금을 우리가 떠안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월드건설 하청업체 직원들이 채권단에 대해 '자금지원'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특히 외담대로 하청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현재까지 월드건설 이름으로 개설된 각 현장별 통장에 들어온 중도금이나 잔금이라도 풀어 '외담대' 문제를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일명 B2B대출로 불리는 전자 방식 외담대는 납품 업체로부터 물품을 구매한 원청 업체가 물품 구매 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는 대신, 납품 업체가 그 어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제도다. 어음은 만기일까지 갚지 않으면 부도 처리가 되지만 외담대는 대출금 연체로 처리된다.

이같은 방식은 자금회전이 어음보다 빠르고 어음을 할인하기 위해 은행을 오가는 번거로움이 없고, 대출이자도 싸다는 장점으로 건설업계에서 활성화돼왔다. 하지만 워크아웃 상태인 월드건설의 하청업체들처럼 원청업체에서 대금을 만기일에 맞춰 제때에 입금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하청업체가 대출연체자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이 높다.


월드건설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한 관계자는 "하청업체들은 월드건설로부터 공사대금을 어음으로 받았고, 은행은 그 어음을 담보로 하청업체에게 대출해줬다"면서 "월드건설이 대출금을 은행들에게 갚아야 하는거지만 워크아웃상태라 돈이 묶여있어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갚을 돈이 없다고 한다. 돈 갚으라고 하는 곳도, 돈 줘야할 곳도 은행이다. 346개 협력사들은 이달말까지 외담대가 해결안되면 줄도산날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월드건설은 그동안 채권단에게 500여억원의 추가지원금을 요청한 바 있다. 앞서 이회사는 지난달 860억원 수준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채권단 협의에서 거부당하자 최근 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금액이라며 500여억원을 요청한 것이다. 나머지 금액은 협력사들에서 200억원, 월드건설에서 140억원을 부담할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협력사 비대위 관계자는 "지난 16일까지 자금지원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이젠 신용불량상태가 됐다"면서 "4개월째 공사미수금과 노임도 못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사 중단된 곳으로 울산 매곡, 서울 염창동, 용인 죽전, 김포 운정지구에 사업장이 있는데 인건비와 자재대가 엄청 밀려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채권단에 속한 각 은행들의 입장은 자금지원결정에 대해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지분율 30%가 넘는다는 저축은행들은 더이상 지원할 수 없다는 태도가 완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권 은행인 신한은행 관계자는 "자금지원결정은 현재 채권단협의회에서 논의 중에 있다. 사실 월드건설은 1차로 557억원을 지원받았고, 1245억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도 투입됐다. 워크아웃 상태인 다른 건설사들보다 지원금액규모가 큰 상태에서 추가적 자금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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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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