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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식기만 피해도 알레르기 안녕

오늘도 나는 냄비를 들고 거리로 나선다. 부산스러운 아이 때문에 외식을 하기 어려워 가끔 음식들을 포장해오곤 하는데 그때마다 커다란 냄비를 들고 가게로 향한다.


맨 처음엔 냄비를 들고 거리에 나서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웃었고 어떤 사람들은 드러내놓고 뒤돌아 바라보기도 했다. 거기다 음식점 주인들의 눈치도 봐야 했다. 자신들이 준비한 플라스틱 포장 용기는 질이 무척 좋아 아무런 해가 없다고 입을 내밀었다.

하지만 뜨거운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오면 어느새 용기는 노골노골해져 있다. 먹을 엄두가 날 리 없다. 그러니 오늘도 내일도 냄비를 들고 길거리에 나설 수밖에.


한때 '메이드 인 차이나'를 멀리하고 살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시도가 줄을 이은 적이 있었다.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그들의 삶은 여간 고단해 보이지 않았다. 장난감을 모두 빼앗긴 아이들은 신발도 신지 못한 채 학교에 가야 했으며 가족들은 컴퓨터와 냉장고, 에어컨과 전등도 켜지 못하고 한 여름을 보냈다. 중국산이 아닌 제품도 곳곳에 숨어 있는 중국산 부품 때문에 사용할 수 없었다. 화면 속에서 사람들은 마냥 허둥거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불편하기는 하나 아예 생활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드물기는 하되 중국산을 대체할 만한 것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우리 생활에서 배제해야 할 것이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니라 플라스틱이라면 어떻게 될까?


집안의 모든 전자제품과 자동차는 물론 집 전체를 거의 들어내야 할 정도로 집안 살림 대부분은 플라스틱 소재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생활에 플라스틱이 등장한 것은 기껏해야 10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지만 플라스틱 없는 생활은 이제 상상하기도 힘들다. 성형이 자유롭고 가벼운데다 단단하고 저렴하기까지 한 플라스틱 제품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준 것만은 분명하다. 어쨌거나 화석 연료가 바닥나 플라스틱 제품 생산이 중단되기 전에는 좋든 싫든 플라스틱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다만 플라스틱 제품의 무분별한 사용은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건강의 유해성은 지금껏 밝혀진 것만 해도 엄청나다. 천식과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특정 암을 일으킬 수 있으며 간과 콩팥, 비장, 뼈의 형성, 몸무게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여성 생식기의 이상, 남자의 정자 수 저하, 성 조숙증, 암세포의 증가와 당뇨, 비만, 주의력결핍장애, 기형아 출산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적어도 주방과 아이의 놀이방에서는 플라스틱 제품을 몰아내야 한다. 일반적인 가정의 실상은 심각하다. 아이들 놀이방에는 플라스틱 장난감이 한가득 쌓여있고 음식물 보관용기는 물론 조리도구까지 온통 플라스틱 투성이다. 하다 못해 유아용 식기 역시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로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기농 식재료나 환경호르몬을 논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 나무 장난감이 좋은 것은 알겠는데 비싸다고? 대를 이어 쓸 수 있는 나무 장난감과 몇 번 놀다 버려지는 플라스틱 장난감, 평생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조리기구와 주기적으로 바꿔줘야 하는 플라스틱 조리기구 중 어떤 것이 비싼지는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여세호, '친환경으로 키우는 우리 아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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