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닛케이 급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엔ㆍ달러 환율이 90엔대를 무너뜨리면서 연저점에 근접하고 있는 가운데 엔고 현상이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8일 오전 11시 현재 엔ㆍ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3% 내린 88.99엔을 기록하고 있다. 연일 하락세를 보이던 엔ㆍ달러 환율은 90엔대를 무너뜨린 데 이어 연저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내려앉은 것이다.
엔ㆍ달러 환율의 약세, 즉 엔고 현상은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만큼 국내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호재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이유는 엔고 현상으로 인해 일본 닛케이 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일본 닛케이 지수는 2.3% 급락한 채 오전장을 마감했고, 장 중 1만선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일본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중국증시는 장 초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가 1% 이상 하락하면서 1670선을 간신히 지켜내고 있는 것을 보면 중국에 비해 일본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지난 주말 미 증시의 일부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주가 약세가 일본 및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겠지만, 코스피가 다우지수(-0.44%)의 하락에 비해 낙폭이 큰 것은 일본증시의 부정적인 영향을 어느 정도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 역시 다소 불안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엔고 현상 자체는 국내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여타 글로벌 주변 환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다 엔고현상의 추세가 주춤해질 경우 오히려 국내증시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재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엔ㆍ달러 환율의 저점은 87엔 수준인데 지금은 88엔으로 거의 바닥권에 근접해있는 만큼 전 저점을 무너뜨린다고 예상하기보다는 바닥 근처에 왔으니 다시 오르거나 하락 추세가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더 많다"며 "엔고보다는 엔저에 베팅을 한다면 우리에게는 더 불리한 상황인데다, 달러약세 추세까지 둔화된다면 아시아로 이동하던 해외 자금 유입이 둔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호재이던 엔고현상이 주춤해지고, 해외 자금 유입까지 줄어들 경우 국내증시도 하락세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일본의 경우 엔고현상과 함께 정치적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국내증시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환율의 변동성 속도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환율의 하루 하루 움직임이 큰 변동성 국면에 놓인 만큼 엔고현상의 호재 또는 악재 판단을 유보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엔고 현상 자체가 국내 기업들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은 있지만, 상품가격 급락 등 위험자산으로부터의 회피 현상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엔고 현상으로 인해 주가가 더 크게 빠지는 경향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상품가격 급락 등 위험자산으로부터의 회피 현상이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글로벌 증시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엔고 현상의 흐름이 아니라 글로벌 전체적인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하지만 일본증시의 하락 추세가 조만간 멈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국내증시의 투자심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엄태웅 부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은 제조업 국가인 만큼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요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닛케이 지수 역시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는 국내증시의 투자심리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10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5.40포인트(-0.91%) 내린 1676.08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전일대비 241.99포인트(-2.36%) 내린 1만23.99포인트로 오전 거래를 마감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