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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종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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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가 제대로 되겠어? 대통령도 한마디 안하고, 관심이 없는 게지.”


“고향만 뺏긴 것 같아유. 언제 우리가 세종시 세워달라고 했남. 이렇게 흔들 바엔 차라리 고향이나 돌려줘유.”

9일 충남 연기군 남면 양화리 행복도시(세종시) 예정지 일원에 있던 주민들은 맥이 빠져보였다. 내 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엔 정부에 대한 깊은 분노와 실망이 가득하다.


중장비들이 공사판 이곳저곳에서 매연을 뿜어대고 굉음을 내고 있지만 ‘활기’는 없는 듯 했다. 게다가 최근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가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충청권 민심은 더욱 뒤숭숭하다. 정치권, 지역경제계 표정도 마찬가지다.

공사장 부근에서 만난 김모(47)씨는 “이제 완전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며 정부를 성토했다. 정부가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할 마음이 없다는 확신이 든다고 했다.


자연히 건설사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공부문공사는 그런대로 이뤄지고 있지만 민간부문은 그렇잖다. 더 이상 진전이 없으면 손을 뗄 채비를 차리고 있다.


세종시의 법적 지위와 관할구역 등을 규정하는 ‘세종시특별법’은 아직 국회를 통화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로 옮겨갈 정부 부처의 관보고시도 2년째 서랍 속에 있다. 세종시가 당초 계획과 달라질 것이란 불안감이 민간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심상찮은 민심=세종시를 둘러싼 정략적 논쟁에 지쳐서인지 지역민들은 웃음을 잃었다.


이완수 남면 향우회장은 “우리는 세종시가 남면으로 와야 된다고 한 적 없다. 어느 날 정부가 세종시가 오니 보상받고 다 떠나라 해서 고향을 떠나게 된 것 밖에 없다”며 “세종시가 오지 않으면 고향을 잃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비통해했다.


쌓이고 쌓인 정부에 대한 원망과 불신이 심상찮다. 주민들은 오는 15일쯤 지금의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원회’를 읍·면까지 넓혀 각 사회단체들이 동참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다시 꾸릴 방침이다.



그리고 행정도시가 무산되거나 변질되면 언제든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단순한 ‘항의성 투쟁’이 아니라 뭔가 끝장을 보겠다는 결의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얘기다.


홍석화 행정도시 사수 연기군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정부가 시간을 질질 끌면서 세종시의 성격을 바꾸려고 하는 술책을 벌이고 있다”면서 “세종시가 원안대로 이뤄지지 않을 땐 정부가 큰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5조원 들여 공정률 24%…민간은 발 빼=현지주민들 불안감은 민간영역의 세종시 투자자들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공공공사는 정치상황과 상관없이 순조롭다. 하지만 민간영역은 거의가 세종시에서 고개를 돌렸다.


2007년 7월 첫 삽을 뜬 세종시 건설사업 공정률은 약 24%. 전체사업비 22조5000억원 중 23.9%인 5조3688억원이 들어갔다. 마을과 야산, 논, 밭이 대부분이었던 연기군의 공사현장은 옛 모습이 사라지고 광활한 공사장으로 바뀌었다.


2012년 말부터 2014년까지 정부부처(9부 2처 2청)가 들어설 중심행정타운에서 가장 먼저 착공한 국무총리실 건립공사는 33%쯤 이뤄졌다.


116만㎡의 터에 들어설 첫 마을도 ‘파일박기’ 등이 한창이다. 아파트 7000가구가 세워지는 이곳은 지난 3월 착공 후 지금까지 39%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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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민간분야다. 특히 중심행정타운 인근 109만2323㎡를 분양 받은 12개 건설회사가 모두 발을 빼고 있다. 2곳은 이미 계약을 해지했다. 당초엔 올 5월부터 일반분양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전혀 되지 않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국비공사는 계획대로 가지만 민간부문사업은 사실상 올 스톱이다”고 귀띔했다. 달리던 자동차가 큰 장애물에 걸려 나가지 못하고 헛바퀴만 굴리는 꼴이다.

노형일 기자 gogonhi@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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