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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마이너스금리, '돈맥경화' 해소할까

중앙은행으로 자금이 되돌아오는 '유동성 역류' 현상 해결할 듯

스웨덴 중앙은행(Riksbank)의 사상초유 ‘마이너스 금리’ 실험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의 예치금에 이자를 부과하는 마이너스 금리는 일본이 장기침체에 시달리던 당시에도 동원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스웨덴이 중앙은행들 가운데 최초로 ‘미지의 영역(uncharted territory)’에 발을 디뎠다는 반응이다.

◆마이너스 금리로 유동성 역류 방지=2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웨덴 중앙은행은 지난 달 기준금리를 사상최저 0.25%로 결정한데 이어 시중은행의 예치금에 대한 금리를 -0.25%로 떨어뜨렸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은 중앙은행에 예치된 예금에 0.25%의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유동성을 실물경기로 공급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라스 스벤슨 스웨덴 중앙은행 부총재의 강력한 요구로 이루어 졌다. 스벤슨 부총재는 통화정책 이론으로 유명한 세계적 통화전문가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프린스턴 대학 교수 재임 시절부터 친분을 유지해온 동료 사이이기도 하다.

7월 중앙은행 회의록에 따르면 스벤스 부총재는 “마이너스 금리가 이상할 것도 없다”며 금리를 제로 이하로 낮출 것을 주장했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펌프질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중앙은행으로 되돌아오는 ‘유동성 역류’ 현상을 방지하겠다는 의미다.


시중은행들은 중앙은행에 예치된 예금에 0.25%의 이자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자금을 풀고 이는 대출 촉진으로 이어지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른 중앙은행들 시선집중=이는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투자나 소비 등 실물경기가 미동을 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에게도 중요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중앙은행은 국채 및 회사채 매입 등을 통해 1400억 파운드에 가까운 자금을 시중으로 흘러 보냈다. 그러나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한 지 6개월째 접어든 지난 현재, 이 자금들은 기업 대출 등에 쓰이기보다 중앙은행에서 잠자고 있는 실정. 시중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은 3월 초 310억 파운드에서 7월 말 1520억 파운드로 불어났다.


RBS캐피탈마켓츠의 존 레이스 헤드는 “앞으로 몇 달 내로 이런 현상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영란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빈 킹 영란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인플레이션 분기보고서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머빈 총재는 당초 양적완화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데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 전망대로라면 시간제한이 1주일 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유럽중앙은행(ECB)와 미국 역시 유동성의 함정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 다만 ECB는 전통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에서는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영국보다는 도입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 반응은? 스웨덴의 실험에 대한 시장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스웨덴 은행 SEB의 헨릭 미텔맨 채권담당 투자전략가는 “스웨덴 중앙은행은 -0.25%의 예치금금리와 사상최저 0.25%의 기준금리 결정을 통해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기 전까지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시장에 보냈다”며 “이는 매우 용감한 결정”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또 “중앙은행은 시장이 이를 이겨낼 수 있는지 지켜보기로 결정했고 시장은 잘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도이체방크의 칼 밀튼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25%로 나췄을 때 예치금 금리는 자동적으로 마이너스가 됐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또 “스웨덴 상업은행들의 중앙은행 예치금은 다른 국가 은행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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