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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땅굴'의 추억

초등학교 교정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다 숨진 이승복 어린이 동상이 있던 시절, 휴전선 근방의 땅굴 견학은 어린 학생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 코스였다. 휴전선에서 땅굴이 처음 발견된지 35년이 지난 2009년, 여의도 증권가에 때 아닌 땅굴 바람이 거세다.


서울시가 지난 5일 총 길이 149km에 달하는 격자형 지하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증시에 터널 등 지하도로와 조금이라도 관련있는 업체들이 물만난 고기마냥 급등 양상을 보였다. 가장 먼저 주목받은 기업은 6월 신규상장 기업 동아지질이었다. 동아지질은 해저 및 지하공간 개발을 주 업무로 하는 기업이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지하도로 계획이 기존의 MB테마주들이 지하도로 수혜주란 이름으로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는 것이다. 대운하 계획이 백지화되자 4대강 정비계획 수혜로 살아난 중소 건설주들이 지하 터널 공사가 필요하단 이유로 다시 한번 시세를 분출했다. 과거 터널관련 실적이 부각돼 대운하 테마에 2차로 합류한 울트라건설이 이틀 연속 상한가로 앞서 나가며 선발 대운하 테마들이 뒤를 따랐다.


자전거주들도 모처럼 신났다. 지하도로 건설을 하면서 기존 도로 중 일부를 자전거 전용도로로 만든다는 내용 덕이었다. 심지어 LED 관련주까지 수혜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지하도로를 LED로 밝혀야지 않겠냐는 이유에서다. 자연스럽게 환기시스템, 공기청정기 업체까지 거론됐다.


다행스럽게도 LED나 공기청정기 업체들은 상승 랠리에 동참하지 못했다. 발표 3일째 대운하주와 자전거주도 대부분 하락 마감, 지하도로 테마 바람은 3일을 채우지 못했다.


지하도로를 건설하는데 한 구간 건설에만 6~7년이 걸린다는 등 실현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서 과열됐던 투자심리도 진정을 찾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테마 바람에 뒤늦게 올라탔던 투자자들만 뼈아픈 손실을 본 셈이다.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 발표와 테마주의 움직임을 바라보는데 불현듯 그 옛날 잊을만 하면 발견되던 땅굴의 기억이 오버랩됐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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