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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기의 노동부' 기본에 충실해야

"오늘은 또 어디를 얻어맞을지 두근두근합니다"


지난주 한 노동부 관계자가 출근 하자마자 털어놓은 넋두리다. 최근처럼 노동부가 '핫이슈'로 떠오른 적도 없을 것이다. 노동부 장관의 눈물 흘리는 모습이 신문 1면을 장식하는가 하면 말 한마디, 자료 하나가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4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법개정안을 제출한 뒤 이상하게 생각되리만큼 조용했다. 모든 공은 국회로 넘어갔으니 지켜본다는 거였다. 그러다 7월1일 비정규직법이 예정대로 시행되자 몇 달 간 뒷짐지고 있던 노동부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기자회견·간담회·면담 등 발빠른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나흘 내내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토록 주장하던 '100만 실업대란' 위기가 촉발했는데 대책은 커녕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문제를 촉발시킨 근원지로 국회와 양대 노총을 겨냥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노동부는 1일 이후 비정규직 해고 사례만 계속 발표할 뿐, "현재 행정력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정확한 비정규직 해고 통계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책임만 회피하려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 지는 이유다.


노동부가 해고대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여론과 관련, "꼭 난리가 나야지만 '대란'이냐, 100만이라는 숫자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선회했으며 "비정규직법은 노무현 정부때 나온 것"이라며 이전 정부로 책임을 돌리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결국 7월1일은 왔고, 예정대로 법은 시행됐다. 노동부의 표현대로라면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물은 쏟은 사람을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덜 젖게 만들기 위해 마른 걸레로 닦아내는 것도 노동부의 역할 아닌가. 그런데 누명을 벗기에만 급급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한심스럽기만 하다.


이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위기상황에 처한 노동부가 비난에 떠밀려 벼랑 끝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본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당장 내일부터 거리로 나앉을 서민을 먼저 고민한다면 적어도 '노동부 장관이 기획재정부 장관이냐'라는 말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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