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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4가지 시나리오

금융 위기가 휩쓸고 간 세계 경제에 회복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럽·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대한 고민이 한창이다. 외부에서 쏟아지는 금융당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를 놓고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 때문. 금융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을 땐 경기부양책 마련으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불황 탈출을 눈앞에 둔 지금은 그 이후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29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바클레이스 캐피털 줄리안 캘로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인용해 4가지 출구전략을 제안했다. 줄리안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을 비교하며 가능한 출구전략 시나리오를 모색했다.

부실자산매입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춘 FRB와 은행권에 대한 대량 유동성 공급에 집중해온 ECB, 노선이 달랐던 이들 중앙은행에 각각 맞는 출구전략은 무엇일까.

◆ 경기가 회복될 경우.. 인플레·금리인상 우려는 불식 = FRB와 ECB의 출구전략은 기본적으로 경기가 안정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럴 경우, 초점은 인플레와 금리에 맞춰지게 된다.

유로존의 경우 2010년 중반에나 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은 올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세를 타지만 내년의 일정 시점에 가서야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FRB는 시장의 예상보다 느긋하게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으며, 공급과 수요 사이에 존재하는 갭은 인플레이션의 효과적인 대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FRB 내부에 만연해 있는 재정적자와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ECB는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그다지 크지 않다. 따라서 ECB는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인 1%의 기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 회복이 예상보다 빠를 경우.. 금리인상 = 지난해 가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무너진 경제가 시장의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수 있을까. 이는 꿈같은 시나리오임에 틀림없다. 유럽 경제는 금융권의 약세와 실업률 상승이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인 만큼, 유럽 경제의 조기회복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따라서 ECB가 조기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FRB의 경우 정책에 근거해 출구전략을 시행하지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만일 미국 경제가 V자 형태로 회복된다면 조기 금리인상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 디플레로 침체가 지속될 경우.. 양적완화 확대 = FRB와 ECB, 이들 중앙은행은 수 개월 동안 디플레에 따른 경기 악화를 우려해왔다. 물가하락으로 기업실적이 타격을 입고, 이에 따른 임금 삭감과 감원은 고스란히 개인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디플레 우려는 미국보다 유로존에서 더 강하다. 공격적인 세제혜택과 자금공급면에서 미국 쪽이 더 탄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플레로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양쪽 중앙은행은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FRB는 금리인하와 함께 자산매입 규모를 더욱 확대하는 등 비전통적인 양적완화를 고수할 수 밖에 없다. ECB는 금리인상은 커녕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ECB는 FRB와 달리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 국채 매입은 끝까지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될 경우.. 대안은? = 중앙은행들 사이에서는 최근 경기 침체와 인플레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급부상했다. 경기 침체가 깊어지는 가운데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치솟을 경우 한층 더 심각한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대안은 있을까.

예를들어 ECB는 지난 해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4%까지 치솟자 같은 해 7월 기준금리를 7년 만에 최고치인 4.25%로 인상한 바 있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몇 주 전 단행된 이 조치는 당시 정책적 실수로 보였지만 지금은 ECB의 인플레 대처 의지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펼쳐온 FRB는 본능적으로 유가 등이 인플레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한 근원 인플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FRB의 '미온적'인 대처가 안정적인 인플레 유지 능력에 대한 신뢰성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이런 지적을 무시하고 있지만 만일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할 경우 FRB의 고민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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