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프린스턴 대 교수가 "중국은 미국(소비)에 의존하기보다 내수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마이클 페티스 북경대 교수도 "상대국의 무역적자(특히 미국)를 전제로 하는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 등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의존형 성장 모델이 폐기돼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시아 국가들, 특히 중국이 상대적으로 내수에 약한 원인을 지적하고 아시아 국가들이 내수부양을 위해 내놓은 정책들을 소개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야셩 황 교수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소비는 각각 33%, 55%로 미국(67%)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다.
황 교수는 중국인들의 낮은 소득 수준, 특히 열악한 농가 상황이 주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중국 국영은행들은 대기업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고 지방 중소 업체들에는 소홀히 했다"며 이들을 지원하는 소액금융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사회 안전망의 미비'로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트남 호치민 시티에서 열린 컨퍼런스 참석해 "중국이 점점 부유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매우 열악하다"며 "중국인들은 병원에 가는 길에 은행에 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보장정책의 부족으로 중국인들은 지출보다는 저축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중국의 수출의존도가 과장됐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CLSA의 앤디 로드맨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정부의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 등에 힘입어 중국내 소매판매가 연간 16%씩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중국 내수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 최근 성장의 순 수출 비중은 2%에 불과하다"며 “순 수출 비중을 배제해도 중국 경제 성장률은 8% 이상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톰슨로이터가 집계한 중국의 GDP대비 수출 비중(올해 3월 기준)은 28.3%로 한국(50.5%), 대만(63.9%) 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베트남이 61.1%, 태국이 72%, 말레이시아가 82.9% 등으로 전반적인 아시아 국가의 수출의존도는 대단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아시아 국가들은 내수 살리기를 위해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은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1240억 달러를 의료보험 시스템 등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아울러 가전제품 구입에 보조금 지급 등을 포함한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싱가포르 정부와 말레이시아 정부는 각각 205억 싱가포르달러와 600억 말레이시아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베트남 정부와 태국정부는 가계에 직접 각각 20만동, 2000바트의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FT는 한국정부가 발표한 녹색뉴딜 정책도 수출주도 산업 구조를 변화시킬 내수부양책으로 손꼽았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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