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인플루엔자'로 외환시장이 뒤숭숭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돼지인플루엔자 영향력은 환율 상승의 간접 효과에 그친 반면 그동안 상승 요인으로 꼽히던 이슈들이 하나 둘씩 재부각되고 있다. 이달 말일까지 불과 이틀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슈는 어느때보다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오는 4일 발표예정인 스트레스테스트 지수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28일 오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금융기관들이 대부분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등에 자본 확충 필요성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5월까지 몸을 사리고 있을 참이던 외환시장은 불안감에 다시 달러 매수가 유발되고 있다.
미 스트레스테스트 지수 발표까지 추가적인 금융시장발 악재가 나올 경우 환율 급등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월말 결제 수요 유입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수출보험공사의 마바이 물량이 매월 말일 전에 유입되고 있는 만큼 이 역시 수요 요인으로 꼽힌다. 외환시장에서는 약 5억달러 가량의 달러 수요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월말에 집중돼서 나올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한편 이날 말일인 30일에는 크라이슬러의 파산 가능성에 대한 이슈도 남아있다. 이날 다임러는 현재 보유중인 크라이슬러 지분 19.9%를 처분하기로 했으며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회사의 전체 지분의 55%를 보유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크라이슬러와 제휴 협상 중인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는 35%의 지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라이슬러는 오는 30일까지 피아트와 제휴 협정을 완료하고 정부에 자구안을 제출해야 한다.
GM선물환 만기 연장도 아직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날까지 은행권의 중지를 모을 예정이었으나 좀처럼 의견일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시장 분위기는 만기 연장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상태지만 미국 본사의 강도 높은 자구안에 대해서는 금융시장 전반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못하다.
아울러 만기 연장을 위해서는 은행들의 만장 일치도 일부 은행이 'GM대우의 회생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선물환 만기 연장을 해 준다해도 이후에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어 만에 하나 GM선물환 만기 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4억5000만 달러의 수요가 외환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GM선물환 만기 연장이 3개월 연장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외환시장에 수요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의 하락 요인으로 눈에 띄는 재료는 많지 않다. 다만 오는 29일 발표예정인 3월 중 국제수지 동향에서 적어도 50억 달러이상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그나마 원·달러 환율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아울러 1300원대 중후반에서 꾸준히 네고 물량이 유입되는 점 등은 환율의 급등 속도를 조절할 전망이다. 이날 역시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상승하는 와중에도 1350원대에서 꾸준히 네고 물량이 유입돼 상승 속도를 조절했다.
한 시장 참가자는 "경상수지는 이미 무역수지에서 이미 나왔던 이야기인 만큼 현재 장세는 달러를 살수도 없고 팔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1330원대에서는 매수가 1300원대 중반 이후부터는 네고물량이 나오는 등 수급이 버팀목으로 양쪽에 작용하고 있어 이달 말까지 상승 요인이 있더라도 내달부터는 하락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금융관련 불안요인은 그동안 시장참가자들로서도 면역이 돼 있었는데 뜻밖의 분야(돼지인플루엔자)에서 악재가 등장해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박스권 장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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