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7개국(G7)은 경기 하강 기조가 둔화되고 있으며 연말부터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연말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제기됐으나 강한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 '미약한' 회복= G7은 일부 지표를 통해 침체가 진정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나 경제 회복은 미약할(weak) 것이라고 내다봤다.
G7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최근 경제지표에서 경기 하강이 진정되는 한편 일부 지표에서 경제가 안정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G7은 올해 연말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하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Economic activity should begin to recover later this year amid a continued weak outlook and downside risks persists.)
지난 2월 G7 회의 당시와 비교할 때 상황이 호전된 것이 사실이지만 극심한 침체가 종결됐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실 자산으로 인해 여전히 금융 시스템이 정상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일부 지역에서 경기 하강이 둔화됐다는 데 동의하지만 낙관주의자들조차 고공행진하는 실업률이 2010년까지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2월에 비해 성명서에서 밝힌 전망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당시 G7은 성명서에서 '극심한 경기하강(severe downturn)'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후 미국 주택판매가 늘어나는 등 일부 '밑바닥 지표'를 중심으로 가파른 경기 하강이 주춤하는 신호가 뚜렷했다.
◆ G20 회의 합의 내용 지켜야= 이번 G7 회의에선 각 국 장관들은 이달 초 열렸던 주요20개국(G20)에서 합의한 내용을 실행에 옮길 것을 촉구했다. 무역 장벽을 없애 보호주의 무역을 철회하고 금융시스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G7은 또 IMF의 재원 확충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지원하는 한편 이달 초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합의한 2500억 달러 규모의 무역금융 지원을 조만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제 성장을 회복시키는 한편 장기적인 재정 확충을 위해 요구되는 방안을 모두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권 안정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캐나다의 재무장관 짐 플래허티는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금융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이라며 "금융권 부실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경제 회복도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최근 경제지표가 개선됐지만 만족감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보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과거 122 차례의 침체를 조사한 결과 전세계적인 침체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경우와 비교할 때 기간이 50% 이상 오래 지속됐다고 밝혔다. 또 침체가 금융권에서 촉발된 경우 오일쇼크나 수출 감소 등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보다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 가이트너 장밋빛 전망 한발 물러나=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경제 활동 및 무역의 침체가 진정되고 있다"며 향후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하지만 그는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확신하기는 지나치게 이르다"고 말해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침체의 속도가 둔화된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은 터널의 끝에 근접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가이트너는 "미국 경제의 회복 여부는 금융권의 안정에 달린 문제이며 회복의 강도는 전 세계 수요와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기 회복이 미국 경제의 회복 여부에 달려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더 이상 각 국이 미국의 수요에 의존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워싱턴에서는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함께 G20 재무장관 회의가 동시에 열렸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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