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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돌아온 일지매', 왜 실패했나?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MBC 수목드라마 '돌아온 일지매'가 9일 24부 방송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종합병원2' 후속으로 지난 1월21일 방송된 '돌아온 일지매'(이하 '돌지매') 1부는 전국시청률 18.5%(이하 TNS미디어코리아 집계 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방송 3사 드라마 중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지난달 4일 방송된 13부는 8.9%를 기록하며 한자릿수로 추락한 이후 25일 방송된 19부는 6.9%의 자체 최저시청률을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결국 '돌지매'는 마지막회에서 8.2%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보통 한자릿수 시청률로 출발해 두자릿수로 상승하는 드라마들과 달리 '돌지매'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반대의 길을 걸은 것이다. 자체 최고시청률이 대개 드라마의 클라이맥스에서 기록하는 것과 달리 '돌지매'는 1부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명품사극'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호평을 받았던 이 드라마가 다른 작품들과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낯선 형식에 대한 거부감

'돌지매'는 1975년부터 1977년까지 신문에 연재된 고우영 화백의 다섯 번째 만화인 '일지매'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이준기 주연의 SBS '일지매'가 창작 드라마였던 것과 달리 '돌지매'는 등장인물이나 사건 등이 기본적으로 원작에서 시작했다. 첫 방송의 시청률이 유독 높았던 것은 SBS '일지매'에 대한 대중의 호감과 원작에 대한 추억이 조합된 결과였다.

MBC '궁'의 황인뢰 PD가 연출을 맡은 '돌지매'는 80억원에 육박하는 제작비와 사전 제작 시스템을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정통 시대극이 아닌 퓨전 시대극이라는 점 또한 '돌지매'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의상과 세트 등 시각적인 면은 최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하되 이야기의 형식은 기존 사극과 다른 방식을 택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파격적인 시도를 받아들이기엔 아직 보수적이었다. 특히 내레이터인 '책녀'의 등장은 1부에 관심을 쏟았던 시청자들을 KBS와 SBS에 넘겨주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말았다. 1부 방송 후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은 온통 '책녀'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책녀'는 고우영 화백의 원작에 등장하는 해설자 역할을 담당했으나 드라마에서는 집중을 방해하는 역기능을 일으키고 말았다.



◆ 느슨한 전개, 부족한 긴장감

'돌지매'는 기존의 시대극보다 훨씬 화려하고 다채로운 의상과 세트 디자인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 작품이다. 구태의연한 화면구성으로 일관하는 여타 드라마와 달리 영화의 완성도에 맞먹는 화면구성으로 '돌지매'는 명품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막장드라마가 난무하는 시대에 보기 드문 '착실한' 드라마였다는 점도 '돌지매'에 대한 호감을 높였다.

그러나 시각적인 완성도만으로 '돌지매'의 재미를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었다. 막장드라마에 비해 훨씬 성숙한 시선을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순수하고 깔끔한 전개로 시청자를 공략하려 했다. 문제는 그러한 방식이 너무 '무자극성'이었다는 것이다. 말초적인 자극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엔 너무 순하고 정직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일지매(정일우 분)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이 너무 길고 불필요한 내용이 많았다고 지적한다. 또 일지매를 둘러싼 여러 극적 상황들이 입체적으로 뭉쳐지지 않고 자꾸 흐트러진다는 점도 치명적인 단점으로 거론된다.

일지매와 달이·월희(윤진서 분), 일지매와 친모 백매(정혜영 분), 백매와 구자명(김민종 분), 일지매와 김자점(박근형 분) 등의 인간관계들이 모두 따로따로 움직인다. 에피소드들이 점층적으로 뭉치고 쌓이는 것이 아니라 산발적으로 흩어지는 것이다. 팽팽한 갈등과 긴장을 만들어내지 못한 점은 '돌지매'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 '돌지매', 이루지 못한 꿈

'돌지매'는 청나라에서 소현세자를 포함해 조선인 포로 3만명을 구해낸 뒤 다시 조선으로 돌아와 월희와 아들을 만나는 일지매의 여정을 마지막으로 그리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부 도입부처럼 현대의 서울로 돌아온 드라마는 "언젠간 더이상 일지매가 필요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월희의 말과 달리 고층빌딩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지매의 모습을 비추며 끝을 맺었다. 월희가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은 아직 멀었다는 의미다.

월희가 꿈꾸는 세상이 현실화되지 못한 것처럼 '돌지매' 제작진이 꿈꾸는 결과도 이뤄지지 못했다. 시청자들은 조금 더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드라마를 원한다. '돌지매'는 독한 드라마들 속에서 버티기엔 너무 순한 작품이었다. 잘 만들고도 실패했다.

'돌지매' 후속으로는 권상우·윤아 주연의 '신데렐라 맨'이 방송된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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