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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상담사 자본시장법 상 불법 "설 땅이 없다"

"이전에도 투자상담사는 증권사가 재계약을 해주지 않으면 짐을 싸야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투자자 보호라는 핑계로 난데없이 불법으로 규정해버리니 모멸감을 느낄 지경입니다. 증권사 OB들이 호구지책으로 먹고사는 것을 이렇게 갑자기 없애면 어쩌라는 말입니까"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투자상담사 업무가 불법으로 규정됐으나 이들의 처우에 대한 업계의 사전 준비 부족으로 1000여명의 상담사들이 난데없는 '실업의 공포'와 마주하게 됐다.

투자상담사는 증권사와 6개월 또는 1년의 계약을 맺고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영업장에서 투자자 상담 및 매매 주문 위탁 등의 업무를 담당했지만 '투자자보호'를 강조한 자본시장법상 증권사 직원이나 투자권유대행인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

이에 상담사들은 자본시장법 시행(2월4일) 이전에 소속 증권사나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30여 년간 증권사에서 일하다가 퇴직 후 M증권 상담사로 활동해 온 김 모씨는 "법 시행 이후에야 신문을 보고 상담사 업무를 더 계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협회에서 정기적으로 재교육을 받지만 어떠한 설명도 들은 적이 없고 증권사로부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투자상담사 비상대책위원회가 신문 광고를 내는 등 적극 목소리를 내자 금융위가 상담사 활동에 대한 제재를 1년 미루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상담사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비대위 관계자는 "1년 유예는 우리가 원하는 근본적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다"며 "청와대와 정치권 등에 탄원을 내봤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증권 상담사 이모씨는 "점진적으로 투자권유대행인으로 옮겨가라는 이야기인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간 상담사로서 객장에서 근무하며 고객의 매매를 대행해줬지만 대행인은 이를 할 수 없어서 고객 유지 및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비대위 측에서는 1년 안에 절반 이상의 상담사들이 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이 일부 높은 실적을 올리는 상담사들과는 재계약을 하거나 직원으로 고용하겠지만 대부분은 감싸 안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금융위나 협회는 1년의 유예기간은 허용하나 그 이후에는 엄격히 법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개정은 어렵다고 본다"며 "1년여의 유예기간 동안 증권사들이 기존에 계약을 맺었던 상담사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90% 이상이 계약 만료돼 자연히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법 조항을 모두 확인하고 안내하기는 어려우며 기본적 준비 의무는 증권사에 있다"며 "하지만 증권사들이 이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지 못했거나 민감한 고용문제라서 정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고려해 상담사의 감소가 점진적으로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2월부터는 상담사들의 영업이 기존 원칙대로 불법으로 규정돼 감독 조치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솔 기자 pinetree1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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