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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中企 외면하는 '외국계은행'

"지금은 몇 십년만에 찾아오는 위기상황이니 평소대로 해서는 되지 않습니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똑같은 얘기를 듣곤 한다. 경기침체로 중소기업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우리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평소와는 다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수출 감소, 내수부진, 환율 급등 등 다양한 악재로 줄도산 위기에 처해있는 중소기업들을 회생시키기 위해 금융권이 발벗고 나서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남다른 '외국계 은행들의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행동'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국내에 진출한 이들 은행들이 중소기업이나 서민을 외면한 채 주택담보대출이나 부자 마케팅 등 안전한 영업에만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현재 영국계 SC제일은행과 미국계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34조2000억 원으로 작년 말 대비 6000억원이나 감소했다.
 
특히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두 외국계은행의 중기대출은 14조원도 안된다.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이 81조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두 은행은 거의 중기대출은 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 HSBC은행도 최근 중소기업금융부 폐지를 사실상 확정됐고, 소비자금융 부문도 점차 축소하는 쪽으로 최고 경영진이 가닥을 잡았다.
 
이들 외국계 은행들의 행보가 납득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이들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축소하는 데는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기업 대출을 늘릴 경우 여신이 증가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고 이럴 경우 국제결제은행 BIS비율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가 좋았던 때를 생각해보자.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 외형성장 확대를 꾀하고 '키코'와 같은 파생상품을 처음 국내에 도입, 중소기업에게 가장 적극 판매해 이득을 챙긴 것은 누굴까.

'십시일반'은 커녕 '나만 살자'식 행보는 더이상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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