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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 유럽산 수입 부품 '밀물'..긴장하는 美·日

한·EU FTA 타결 후 달라지는 경제상황

내달 2일 런던에서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면 한국과 EU는 세계 제 2의 자유무역지역으로 거듭나게 된다. 한미 FTA협상이 시끄럽고 수 차례 위기를 맞았던 데 비하면 우리나라의 6번째 FTA가 될 한EU FTA는 그 중요도에 비해 조용히 매듭지어지는 모양새다.

쇠고기 논란, 촛불집회를 불러온 한미 FTA가 상품교역 확대보다는 공적영역 축소, 높은 수준의 서비스업 개방 등 한국경제의 전반적 구조를 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으나 EU와의 FTA는 서비스업이 큰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미국과 서비스업 개방에 합의했던 네거티브 방식(제한규정 없는 한 개방 원칙)과 달리 EU와는 포지티브 방식(개방항목 명기)을 채택했다. EU는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이 우위에 있으며, 관세와 관련해서는 GATT체제하에서 많이 낮춰진 상태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체적으로 한-EU FTA는 상품교역과 관련된 관세율 조정 등이 주된 내용이 될 것"이라며 "EU와의 FTA로 한국경제의 큰 변혁을 가져온다는 시각보다는 개별 업종과 산업에 대한 미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U 제2 수출시장 문 열린다
EU는 총생산규모가 16조6000억달러(2007년기준)로 미국(13조8000억달러)보다 20.3%(2조8000억달러)가량 큰 세계 제1의 경제권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EU에 584억달러를 수출했고, 400억달러를 수입했다. EU는 지난해 전체 수출의 18.2%를 차지하며, 미국(11.9%)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제 2의 수출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은 선박, 휴대폰, 승용차 등 3대 분야가 전체의 44%에 달하고 있으며, 의약품, 반도체장비, 자동차부품, 승용차 등을 EU로부터 주로 수입하고 있다.

아울러 EU는 최대의 한국 투자국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EU의 대한(對韓)투자는 63억3000만달러로 전체의 54.1%에 달하며 일본(14.2억달러)과 미국(13.3억달러)을 멀찌감치 제쳤다.

WTO에 따르면 2007년 기준 EU의 공산품 평균 실행관세율은 4.2%로 미국(3.2%)보상 높다. 우리나라는 6.6%수준이다. 하지만 EU의 자동차(10%), 컬러 TV등 영상기기(14%), 섬유(12~17%)는 평균치를 2~3배가량 웃돈다.

양측은 공산품 관세를 원칙적으로 협정 발효 후 5년이내에 모두 철폐키로 했다. 다만 우리는 순모직물, 건설중장비, 밸브, 베어링, 기계류 등은 7년까지 양허구간을 두도록 했다. 자동차부품, 냉장고, 컬러TV, 타이어 등의 수입관세도 협정발효 즉시 철폐된다.

한미 FTA의 관세철폐기한이 3년에서 5년, 10년이었던데 반해 EU와는 3, 5년을 원칙으로 하되 우리측만 40여개 품목에 대해 7년까지 예외적으로 인정키로 했다.

◆일본 국내시장서 위축 불가피
한 EU FTA가 타결돼 내년 초 발효될 경우 일단 EU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과 미국이 크게 긴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일무역적자의 주범이던 부품소재분야에서 일본과의 경쟁이 기대된다.

이종원 수원대 교수는 "EU로부터의 기계, 부품, 소재 등의 수입이 늘어날 경우 대일무역적자 감소는 물론 대 EU무역흑자도 줄여 EU측이 제기하는 통상마찰 요인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EU가 우리나라와 2년여전 FTA를 체결키로 전격 결정한 데는 미국과의 FTA가 큰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미국과 EU는 경쟁적으로 한국시장을 선점하려는 의욕이 강한 상태.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는 한미 FTA비준도 EU와의 FTA타결을 계기로 힘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EU 27개국의 시장규모는 우리의 15배로 양국의 교역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한미 FTA비준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칠레 FTA발효 후 5년간 양국 교역규모는 3.9배 늘었으며, 국내에서 칠레산 와인의 시장점유율이 18%로 3배나 급증하는 등 FTA에 따른 다양한 성공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車 등 업종별 기상도
미국, 유럽 등 각국이 앞다퉈 차산업 살리기에 나선 가운데 한 EU FTA로 양측은 가격 인하와 수요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현재 EU의 차 관세율은 10%, 우리나라는 8%로 관세인하 효과는 유럽이 조금 높다. 하지만 지난해 자동차 수요 1474만대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EU에서 일본차의 시장점유율이 13.3%에 그칠 정도로 공략이 어렵기도 하다.

한국투자증권은 "가격민감도가 높은 저가소형차 비중이 서유럽시장에서 70.5%에 달하고 있어 10%의 가격경쟁력 확보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8년 기준 EU에 판매된 현대차 28만7000대중 43%가 인도공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관세혜택은 총물량기준 12%에 그치며, 기아차 역시 관세혜택이 10%에 그쳐 긍정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완성차 업체보다는 자동차부품, 타이어 등에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부품은 양측의 FTA 발효 즉시 철폐된다. 현재 자동차부품 관세율은 EU가 4.5%, 한국이 8%로 즉각적 가격인하 효과는 EU측이 다소 높다.

이민정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부품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유럽부품과의 가격차이가 50%이상으로 확대된 만큼 한국산 부품의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타이어업체의 경우 가격경쟁력과 수출비중 등을 감안할 때 EU로의 뚜렷한 수출증가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실장은 "관세철폐로 자동차시장의 경쟁 격화에 따른 연구개발(R&D)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다만 유럽차가 국내차와 경쟁하기보다는 일본차를 대체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전자분야는 수출금액 비중이 큰 휴대폰, 반도체 등 IT제품 관세율이 0%이고, 발효 후 즉시 철폐될 냉장고(1.9%), 에어컨(2.7%) 등의 관세율도 매우 낮다. 14%의 높은 관세를 매기는 컬러TV 등도 현지생산 비중이 80%에 달해 전기전자분야에서 FTA에 따른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 LG전자의 가전사업부는 EU수출물량의 10~30%가량을 비 EU지역에서 생산하고 있어, 컬러TV 등의 수출경쟁력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독일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업국가를 회원국으로 하는 EU 전체를 보면 경쟁력이 높은 기업이 많아 FTA로 국내의 피해산업이 한미 FTA보다 많아질 수 있다"며 "무역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는 무역조정지원제도(TAA)를 손질하고, 무역피해지원 예산 현실화, 기업 구조조정의 실질적 지원 강화 등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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