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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공사 독과점 '역풍'.. 성장 멈춘 홍삼시장

지배력 심화.. 대기업조차 시장진입 힘들어
6년근 홍삼만 집착.. 신기술 개발도 더뎌


지난 2006년 KT&G(한국담배인삼공사)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한 칼 아이칸이 KT&G에 가장 먼저 요구한 내용이 바로 자회사 한국인삼공사의 기업공개였다.
 
자사주 매입 등에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간신히 칼 아이칸의 요구를 막아내기 했지만 만일의 경우 국내 인삼사업이 송두리채 외국인의 손에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홍삼을 포함한 국내 인삼산업의 인삼공사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전매청, 공기업 시절을 거쳐 민영화된 인삼공사는 원료의 수급에서 생산, 유통 등 전 부문에 걸친 규모의 경제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표 브랜드 '정관장'이라는 강력한 무기도 갖고 있다. '홍삼=정관장'이라는 등식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CJ뉴트라와 동원 F&B, 웅진식품에 이어 대상 클로렐라와 롯데 헬스원 등 대기업들이 연이어 홍삼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참여자가 늘면 홍삼시장도 본격적인 무한 경쟁을 통해 질 좋고 값도 싼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3년여 가까이 흐른 현재 인삼공사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여전히 8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경쟁사 상품보다 값이 비싼 정관장에 고객들이 먼저 몰려들고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정관장 매장을 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05년 홈쇼핑 독점 납품권 덕분에 매년 40억~50억원을 벌던 업체 사장이 사업권 연장을 위해 인삼공사 사장에게 12억원의 뇌물을 건냈다가 발각된 적도 있다.

유통업계도 정관장을 선호하고 있다. 주요 시내 백화점 면세점에는 정관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홈쇼핑업체조차 경쟁사가 잡아둔 상품 방송시간을 인삼공사가 달라고 하면 곧바로 요구를 들어줄 정도다.

이러한 상황은 후발주자들이 영업을 전개해 나가기 어려운 크나큰 장벽이다. 하지만 후발업체들은 인삼공사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하다. 괜히 맞부딪쳐 봤자 자사에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인삼공사의 지배력 문제는 출범 당시부터 제기된 사안이었다. 2001년 충남대학교 경영경제연구소가 공정거래위원회 대전지방사무소의 의뢰로 작성한 '인삼관련산업의 시장실태분석과 경쟁촉진방안' 보고서도 ▲생산농가간 계약상 연대보증 ▲수매가격 결정 ▲재판매 가격 유지 ▲홍삼제품 가격 적정성 등이 후발업체의 시장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인삼공사의 위력은 시장가격을 결정하고 통제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상품가격이 1원이라도 더 싸야 하는 후발업체들은 인삼공사와의 경쟁에서 그만큼 뒤쳐질 수 밖에 없다.

관련 업계는 인삼시장의 독과점 심화는 신제품 생산을 가능케 하는 기술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발효홍삼의 경우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통해 기존 홍삼에 비해 효과가 더욱 좋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인삼공사는 여전히 6년근 홍삼에만 집착해 신기술의 상업화를 더디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삼 업계 관계자는 "지배적 사업자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인다고 해서 그 자체가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삼공사는 다른 민영화 된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출범 초기부터 너무나도 큰 우위를 안고 시작해 시장경쟁을 왜곡시킨 측면이 있다"면서 "따라서 후발업체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시장 기반을 다져 공정경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때까지 정부가 '유효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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