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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법안, 3월로 물 건너가나

3월 선거전으로 국면 한층 복잡, 물밑조율 가능성 대두

2월 국회가 쟁점법안을 두고 다시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3월 임시국회 재소집의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등 야당을 이른바 '노는 국회'의 원인으로 집중성토하면서 연일 상임위를 중심으로 한 법안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도 법안 처리 강행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주류가 애써 무마에 나섰지만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열은 국민공감대가 무르익지 않은 법안을 처리하는데 무언의 반대의사를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당 지도부도 표면상 한 목소리지만 관계가 일사분란함을 유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지난 용산사건을 통해 박희태, 홍준표 투톱체제에 금이 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일찌감치 제기됐으며, 이 과정에서 당내 군기반장 역할을 하던 홍 원내대표에 대한 친이 주류의 비난이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사실상 정세균 원톱체제를 굳건히 하면서 쟁점법안 속도전을 가로막는다는 전략이다. 지난 연말과 연초 국회 폭력사태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또다시 물리적 실력저지는 힘들어 보이지만, 용산참사 이메일 파문을 확대시키며 필리버스터(합리적 의사진행방해) 활용 방안을 두고 전략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행정관의 이메일이 청와대 홍보지침이나 상황관리 기조와 별개라고 보기는 어렵다" 면서 "홍보담당 책임자와 대통령실장 등에게 이 문제를 따져야 한다" 고 주장했다.

서갑원 민주당 수석원내부대표는 15일 "상임위에서는 동일의제에 대해 횟수와 시간 제한없이 발언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을 십분 활용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필리버스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당 전략을 반영한 것이다.

여야 대치가 이처럼 불가피한 데는 법안 심사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인사청문회가 19일 열려 사실상 20일부터 법안을 심의해도 2월 임시국회 회기가 3월 2일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밤을 새워 일해도 법안 처리가 쉽지 않다.

미디어관련법안 등 쟁점법안을 제외하고 지방교부세법, 벤처기업 육성법, 소득세법, 재래시장 육성법 등 비쟁점 법안 처리에 우선 역점을 두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전체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법안이 2천개를 넘고 있어, 쟁점법안을 먼저 논의하다간 여야 모두 '한게 없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 부담감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더욱 크다.

하지만 임시국회가 3월로 다시 연장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여야 거물들이 정치 전면에 본격적인 행보를 개시하는데다, 4월 재보선으로 정치환경이 급변하면서 정치 이슈가 쟁점법안에서 선거로 급격히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적 쟁점법안인 미디어법과 관련 "지상파 방송에 대기업이 지분 20%를 소유하며 참여하는 게 옳으냐가 중점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 야당이 충분히 논의해 준다면 굳이 원안을 고수할 의지는 없다"고 한발 비껴섰다.

홍 원내대표는 "2월 임시국회 기간 안에 모든 법안이 지난달 6일 합의한 대로 처리될 수 있길 기대한다" 면서 "지난달 6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대로 하면 3월 임시국회도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20일부터 본격적인 상임위 활동에 들어가면 여야 공방이 치열해지는 한편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물밑협상이 치열하게 전개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여당 내 한 당직자는 "미디어관련법 등 쟁점법안은 어차피 밀어붙이기로는 힘들지 않겠느냐" 면서 "내용적인 부분이 충분히 검토된 이상 상임위 심의보다는 여야 지도부의 타협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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