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SG사태' 라덕연 등 공소장 변경 검토…부당이득 규모 대폭 축소될 듯

재판과정에서 오류 확인, 부당이득 재산정

검찰이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이른바 '소시에테제네랄(SG)발 주가조작 사태' 사건 피고인들의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소 당시 검찰은 부당이득 규모가 7305억원이라며 '주가조작 범행 사상 최대'라고 밝혔었는데, 재판 과정에서 관련 오류가 확인된 탓이다. 정교해야 할 금융·증권범죄 수사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비판이 예상되는 가운데, 재산정 과정에서 부당이득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공준혁)는 SG사태 핵심 인물인 라덕연씨를 비롯한 주요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관련 부당이득 규모를 수정하기 위해 공소장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 1심 재판만 1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소 이후 약 1년3개월 만에 뒤늦게 공소사실의 핵심 내용을 바꾸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에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중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가 지적한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검찰이 공소장에 시세조종에 가담했다고 적시한 범죄자 명단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라덕연 조직의 투자자 명단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나머지 하나는 검찰이 집계한 부당이익에 범죄자가 아닌 단순 투자자들의 이익도 모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사건을 심리 중인 정도성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 부장판사는 "시세조종 부당이득에서 투자자 이득분은 빼야 한다는 것이 기존 판례"라며 "검찰 계산법에는 이를 고려했다는 기재가 없어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라씨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시세조종 범행에 가담했다고 제시한 혐의계좌 목록에 라씨 조직이 전혀 관여하지 않은 '의문의 계좌들'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 종목에 대한 정보가 주변에 새어 나가면서 라씨 조직과는 무관하게 투자자들이 자체적으로 계좌를 운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라씨 측은 이런 계좌들의 투자분까지 모두 부당이득에 산입되면서 부당이득 규모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호소했다.

다만 SG 사태는 범행이 약 4년에 걸쳐 장기간 이뤄진 데다가 관련자가 워낙 많아 수사 초기 '공범'과 '투자자' 계좌를 정확히 가려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한계도 있다. 가수 임창정이 대표적 사례다. 사태 초기 혐의계좌 분류 및 매매분석을 담당했던 금융감독원 직원은 지난 19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직원으로 알려진 사람과 관계법인 정산계좌, 강남서 압수물 등 물증에 기반해 혐의계좌를 특정했다"면서도 "누가 투자자고 누가 공범인지 정보가 없었고, 짧은 기간에 수백 개 계좌와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다루면서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계좌가 일부 들어가는 휴먼 에러(실수)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당이득 산정에 활용된 8개 종목의 주가 상승분에서 외부요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도 다툼의 여지를 남겼다. 총 4년에 걸친 범행 기간에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대내외 요인들이 범죄 행위와 무관하게 시세 변동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다. 지난 1월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는 부당이득 산정 시 이 같은 외부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다만 금감원 직원은 "(범행에 이용된 8개 종목) 공시내용은 기본적으로 모두 살펴봤다"며 "시세조종 행위 외에 상승분을 상쇄할 정도의 영향을 준 외부요인은 없다고 판단돼 부당이득 산정에 고려할 부분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사회부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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