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원기자
검찰이 이른바 '강남 납치·살해' 사건을 저지른 일당에게 범행에 비해 너무 낮은 형이 선고됐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강도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주범 이경우(36)와 그 일당 7명 전원에 대해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31일 법원에 항소장을 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에 비춰볼 때 각자에게 부여된 형량이 모두 가볍고, 무죄로 판시된 부분은 사실과 법리를 오인·오해했다고 판단해 항소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1심처럼 수사 검사가 항소심을 직관하는 등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양형 조건도 적극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라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국민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검찰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경우(36)·황대한(36)·연지호(30)는 지난 3월29일 오후 11시46분께 서울 강남 역삼동 아파트 단지 앞에서 A(사망 당시 48세)씨를 차로 납치해 이튿날 오전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강도예비·사체유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는 가상자산 투자 실패로 갈등을 빚던 A씨를 납치해 가상자산을 빼앗고 살해하자는 이경우의 제안에 7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이경우·황대한·유상원·황은희 4명에게 사형, 연지호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지난 25일 1심 법원은 이경우·황대한에게 그보다 낮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유상원·황은희 부부에 대해서는 사전에 살해까지 모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동선을 파악하는 등 범행에 조력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와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빼돌려 3인조에 제공한 이경우 부인 허모 씨에는 각각 징역 5년이 선고됐다.
A씨의 유족은 예상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되자 법정에서 "무조건 사형을 내려주는 게 맞다"고 항의하며 오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