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기자
'50억 클럽' 의혹의 핵심 인물들 가운데 한 명으로 의심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곽 전 의원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을 상대로 아들 병채씨와의 경제적 관계, 병채씨가 퇴직금 명목으로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받은 돈의 성격 등을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의원은 이날 오전 9시51분께 검찰청에 도착해 '하나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이 2년째 조사하고 있지만, 저와 관련된 자료는 아무것도 없다. 저와는 무관하다"며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아들 병채씨가 보석 보증금을 내준 이유에 대해선 "제가 구속돼 있었고 아내가 사망해 집에 가족이 아무도 없었다"며 "출소한 다음 곧바로 변제했다"고 주장했다. 아들이 취업한 후에도 곽 전 의원 아내의 카드를 사용하거나 전세보증금을 지원받았다는 의혹 역시 부인하면서 "(검찰이 아들과 자신을) 경제공동체라고 하는데 한두 차례 지원해준 게 경제공동체는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일한 아들 병채씨를 통해 퇴직금 명목으로 받는 방식으로 뇌물 50억원(세후 25억원)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 검찰은 2015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의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하나은행의 이탈 움직임으로 와해 위기에 놓이자 곽 전 의원이 특수한 역할을 하고 그 대가로 이 돈을 받았다고 본다. 하나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 컨소시엄 이탈을 막은 뒤 병채씨를 통해 50억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2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해 곽 전 의원을 구속기소 했다. 하지만 1심은 "하나은행 컨소시엄 이탈 위기가 존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곽 전 의원이 실제로 하나금융지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곽 전 의원의 알선수재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50억원이라는 퇴직금이 사회 통념상 과하다면서도 이를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았다고 볼 정도로 혐의가 증명되지는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뒤 병채씨를 뇌물수수 공범으로 입건하고 곽 전 의원 부자에게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해 보강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병채씨의 대학원 등록금 3000여만원이 곽 전 의원 명의 계좌에서 나갔고 병채씨의 전세 보증금 2000만원도 지원하는 등 새로운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